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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새장 속에 가둬야 합니다.”

리융중(李永忠) 중국 국가행정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력에 대한 감독 강화가 반부패의 가장 기본”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새장 속 권력’이란 말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말로 감독과 통제를 받는 권력이라는 의미다.

리 교수는 중앙기율검사위원과 중앙기율검사감찰학원 부원장을 지낸 중국의 반부패 전문가다. 중앙기율검사감찰학원은 중국의 사정과 반부패를 총괄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직속 기구로, 기율검사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리 교수는 “중국 현 지도부가 권력에 대한 실질적 감독을 위해 기율위가 중앙의 1급 당과 국가기관에 기율위 기구를 파견하는 조치도 전면 실시했고, 이론상으로 기율위가 상무위원도 감시할 수 있다는 토대도 만들었다”며 현 지도부 들어 반부패 제도가 진일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현행 조치들이 실제 운영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리 교수는 최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등 원로들이 시 주석을 만나 반부패 사정에 반대했다는 외신 소식에 대해 “이는 중국 정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원로들이 각종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중국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는 현 지도부의 권한이다”고 말했다. 그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신병처리 문제는 “내가 대답할 문제가 아니다. (내부) 기율이 있다”고 말했다.

리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날 한국 ㈔포럼오래정책연구원과 중국 국가치리협동창신센터(國家治理協同創新中心)가 베이징(北京)대에서 개최한 ‘반부패·금융개혁 대토론회’가 끝난 뒤 진행됐다. 리 교수는 이 토론회에서 구소련의 사례를 예로 들며 “소련의 붕괴를 가져온 근본적 요소는 당위원회의 권력집중이었다”며 “중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권력의 의결과 집행, 감독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보다 다양한 인재들이 선발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 교수는 “권력 스스로가 새장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이라며 “권력을 새장에 가둘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감독기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3억 인구의 중국의 상황을 고려해 정치제도를 실험하는 다양한 특구를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토론회에는 김병준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중국에서는 리 교수와 함께 리청옌(李成言) 베이징대 반부패연구소 소장이 참석해 주제 발표를 했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