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오는 25일 방한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북핵 6자회담 대표들의 잰걸음이 심상치 않다.

특히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미국 방문이 이틀을 간격으로 뉴욕과 워싱턴에서 잇달아 진행되는 것을 놓고 최소한 뉴욕에서는 ‘북·미·중 3자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14일 나오고 있다. 3자 접촉이 아니더라도 중국은 최소한 북한 측과 비공개 접촉을 통해 최근 한·미·일의 변화된 기류를 전달하고 조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 대표가 지난달 방북했을 당시와 북한의 ‘새로운 형태의 4차 핵실험’ 예고 이후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한·미·일의 확연히 달라진 기류는 북·중 접촉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무부는 주말 성명을 통해 “미국 측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4∼15일(현지시간) 뉴욕, 17일 워싱턴에서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양자 회동을 하고 북한과 관련된 광범위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브리핑에서 젠 사키 대변인은 우 대표가 워싱턴 외에 뉴욕에서 접촉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이틀에 걸쳐서 미국과 중국의 회담 대표들이 그것도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며 만나는 것은 중간에 북한이 개입됐다는 관측을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중이 북한을 대화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중재자인 중국이 5자합의를 토대로 북한을 상대하는 ‘5대 1의 구도’를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6자 예비회담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6자회담과 관련한 미국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는 식의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지만 최근의 6자회담 참여국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자회담의 적극 중재자인 중국의 북한 접촉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최근 6자회담 당사국 간 활발한 물밑교섭과 무관치 않다. 한·미·일 수석대표의 7일 워싱턴 회동과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11일 방중을 통해 3국과 중국 간의 조율된 입장이 북에 전달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