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개인정보를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기업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9일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머지 않아 여러분이 자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개인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래에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적극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엘리슨은 이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신경제 서밋 2014’에서 ‘인터넷·클라우드 시대의 프라이버시 문제’라는 주제의 기조 연설을 통해 “의료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는 자신의 DNA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관측했다.

엘리슨은 지난해 국제적인 파문을 낳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개인정보 수집 폭로 사건을 언급하면서 “(스노든이)미국 정부가 국민의 통화 기록을 수집해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했지만, 그로 인해 불이익을 입은 국민은 없다”며 “데이터를 악용하는 사람들을 처벌해야지,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정보 수집을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기술과 정보는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로 보는 시각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엘리슨은 “사람들이 모든 개인정보를 비밀로 하고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얻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개인 신용 정보를 제공하고 발급받는 신용 카드, 가족관계 등 사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을 예로 들었다.

엘리슨은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는 현재 수준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며 “데이터를 암호화해 유출되더라도 해독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 가능하고, 민주주의 국가라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을 중단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엘리슨은 이어진 토론에서 생전 절친했던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일본 대표 IT기업 소니를 인수하려했다는 비화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엘리슨은 “스티브가 소니를 사려고 했었지만 너무 비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소니가 실적 부진에 허덕였던 2000년대 중반 애플의 인수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