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경기 광주시 도척농협에서 서울고등법원과 농협중앙회 주최로 열린 제3회 농촌법률학교에서 판사들이 농민들에게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다.광주(경기)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100명의 증인보다 문서 1장이 분쟁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웃 간에 분쟁 없이 살기 위해서라도 계약시 문서를 꼼꼼하게 남겨야 합니다.”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도척면 도척농협에서는 ‘제3회 농촌법률학교’가 열렸다. 강사로 나선 오경미(사법연수원 25기) 서울고법 판사는 “이웃이나 친지들과 관계가 좋다고 해서 구두로 얼렁뚱땅 계약을 맺게 되면 분쟁으로 이어져 결국 사람도 잃고 건강도 잃을 수 있다”며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사전에 문서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고법(법원장 조병현)은 농협중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법률사각지대에 놓인 농촌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농촌법률학교를 시작했다.

이날 도척농협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시골 어르신들은 상속과 관련한 주제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오 판사는 “농촌사회도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황혼 이혼, 황혼 재혼이 많아지고 가족관계도 확대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부모와 자식, 새어머니 등 확대된 가족 관계 속에서 아무런 대비 없이 돌아가시거나 치매에 걸리시면 아주 심각한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판사는 연로한 노인이 쓰러지고 난 뒤 젊은 새어머니와 자식 간에 가구를 뒤엎으며 한바탕 난리가 났던 사례를 들면서 “이런 험한 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산 배분 등 사전에 교통정리를 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강의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20분이 더 지나 끝이 났다. 신인철(58) 씨는 “현직 판사님이 농촌까지 찾아와 강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특히 상속 문제가 남 일이 아닌 만큼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영옥(여·63) 씨는 “아는 분의 큰아들 부부가 해외에 잠시 나가 살면서 동서에게 텃밭만 물려줬는데 돌아와 보니 집과 땅을 다 팔아넘겨버려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며 법률 자문을 하기도 했다.

광주(경기) =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