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달아 발생한 개인 정보 유출 사태의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유출된 개인 정보가 보이스피싱 등 또 다른 범죄에 사용되는가 하면, 롯데카드 등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소송 참여인들의 정보가 또다시 유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발생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소송에 참여한 소송 참여인들의 정보를 또다시 빼내 1만7479개의 가짜 아이디를 만든 뒤 인터넷 카페 인기 순위를 조작하는데 사용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서모(31)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 씨 등은 롯데·KB국민·NH농협카드와 한국씨티은행, 한국SC은행 등의 고객 정보 유출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인 이모(53) 변호사로부터 “소송 카페를 활성화시켜 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송 참여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만든 가짜 아이디로 해당 카페가 인기가 있는 것처럼 검색어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서 씨 등이 개인 정보 3만여 건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같은 개인정보를 이 변호사로부터 넘겨받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유출된 씨티은행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해 보이스피싱을 하던 일당도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씨티은행 등 고객 개인정보로 보이스피싱을 해 37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이모(43)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서모(25) 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25일 경기 고양시에 사무실을 차린 뒤 연 10%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던 고객 10명에게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겠다”고 속여 37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은행권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2차 금융범죄로 이어진 첫 사례다. 이들은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대출정보 1912건을 포함해 7000여 건의 고객정보를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시티은행 측은 “자사 피해 고객은 3명으로, 피해 금액도 9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결제용 단말기 ‘포스(POS)’ 수십 대를 해킹해 카드정보를 빼낸 뒤 위조카드를 통해 1억여 원을 인출한 박모(35) 씨 등 일당 3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포스단말기 관리업체 서버를 해킹해 20만 건에 이르는 신용카드 정보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비밀번호가 확보된 149건의 카드정보를 이용해 위조카드를 만들어 현금인출기를 통해 1억2000여만 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포스 단말기 해킹으로 신용카드 고객정보가 유출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카드 비밀번호까지 빠져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