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날카로운 설전(舌戰)을 벌였다. 충돌, 군대, 전쟁 등의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그 계기였지만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주도권 경쟁이 또 한 단계 격화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 중심에 있고, G2와의 협력이 절실한 한국으로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동북아 안보 불안의 주범인 북핵(北核)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가 됐고, 미·중의 군사적 불협화가 북핵 폐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8일 베이징에서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과 만나 “중국은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섬 위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 구역을 선포할 권리가 없다”면서 “중·일이 충돌하면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센카쿠 분쟁에서 일본 편을 들 것임을 분명히 통보한 것이다. 이에 창 부장은 “중국은 영토 수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군대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전쟁을 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센카쿠 문제 촉발에 대한 책임 논란이다. 중국 측은 일본이 분쟁 지역에 대해 ‘국유화’ 등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과거 침략 역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재무장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 안보 위협의 제 1요인은 늘 북핵 문제였다. 그런데 일본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급부상했다는 의미다. 아베 정권이 과거사 도발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스스로 동북아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일을 중단하기 바란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 정부는 북핵 폐기 압박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과도 협력해야 한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7일 워싱턴에서 회동을 가졌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한 체제는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려울 정도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