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지난 1일 경기 의왕시 농어촌공사 사옥에서 “농어촌 주민의 행복은 낙후된 생활여건과 어려운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최우선”이라며 “올해부터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혁신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왕 =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중국 최고의 정치가, 전략가로 칭송받는 제갈양은 촉나라의 2인자로서 ‘삼공(三公) 원칙’으로 나라를 다스리며 난세를 극복했다고 한다. 제갈양의 삼공원칙이란 공평(公平)하고, 공정(公正)하며, 모든 것을 공개(公開)한다는 것인데 오늘날 정치가나 기업가들이 본받아야 할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원칙은 조직을 원활하게 결집하고 이끄는 기본 원리로서도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철밥통’ ‘부정부패’ ‘관료주의’ 등 갖가지 부정적인 이미지로 덧칠된 공공기관이 이러한 삼공의 원칙으로 무장한다면, 더 이상의 부정부패가 발붙이지 못할 게 분명하다. 이상무(65)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생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사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일 경기 의왕시 농어촌공사 집무실을 방문하던 날 농어촌공사 산책로 주변에 활짝 핀 벚꽃이 불쑥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동안 사석에서 몇차례 만난 적이 있는 이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공기업으로서 공사의 입장을 ‘디펜스(defence)’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적어도 2012년 이후 공사 직원이 부정부패에 연루되거나, 이로 인해 징계를 받은 사례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먼저 기관통합과 농민을 위한 수세 폐지 등을 단행했고, 철저한 구조조정과 임금동결 등으로 모범적인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노조위원장이 창립 기념사에서 “우리 공사는 정부가 말하는 방만경영 대상의 공기업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 사장이 부임과 함께 공사 내에 ‘경영혁신본부’를 설치한 것도 공기업이 더이상 ‘철밥통’이란 말을 듣지 않고,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자발적인 혁신을 단행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조직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공기업의 최대 약점 중의 하나는 오너십(ownership)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임기제인 데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주인의식’이 결여됐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충성심, 애국심, 책임감과 같은 동기부여가 약할 수밖에 없어요. 또 공기업 산출물이 대부분 공공재(公共財)여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우리 공사만 하더라도 ‘농사짓는 물’의 확보, 태풍·가뭄·장마 등의 재해에 대한 대응이 환가(換價)가 안 되기 때문에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치명적 약점을 지닌 조직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직원들에게 오너십을 갖게 해주고, 봉사활동 등을 통해 보람에서 동기부여를 찾게 해주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최근 공사 직원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졌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취임 이후 저 자신부터 불필요한 회의, 장황한 보고문서, 결재받기 위한 대기 시간 등 과거의 업무관행을 철폐하고 효율적이며 생산적인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지요. 그랬더니 업무효율과 생산성, 임직원 사기, 부서장 책임의식이 높아지더군요. 이른바 ‘3무(無), 3고(高)’ 전략이지요. 공직사회나 공기업 등 공공분야에는 기업 등 민간 분야에 비해 내실보다는 형식을 우선하고, 의전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팽배해 있어요. 의도적으로 전체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먼저 실천하는 것일 뿐인데 의외로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경영을 타파하기 위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화두인데, 농어촌공사의 부채현황과 그에 대한 해소계획이 있는지요.

“공공기관 부채 중에는 정부사업과 공공서비스 제공으로 불가피하게 생긴 것도 있어 모두 ‘방만경영’의 산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공사 부채는 정부사업 시행에 따른 부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혁신도시 특별회계에 귀속되는 농촌진흥청 부지 매입을 위한 차입금과 정부를 대행해서 관리하는 농지관리기금 등 직접 상환의무가 없는 부채가 그것이지요. 이를 빼고 나면 공사가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순수부채는 30% 이하에 불과합니다. 향후 공공기관 부채감축에 대한 정부 정책에 있어 경영상에 따른 부채와 정부사업 시행 및 공공서비스에 따른 부채를 기획재정부가 분명히 구분해 줬으면 합니다.”

―경영혁신을 통해 공사가 새로 추진하거나 확대하는 사업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우리 공사는 올해부터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바탕으로 혁신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B),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과 해외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 개도국의 농업개발을 지원하면서 공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어촌·수산개발, 자체 사업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와의 지역별 맞춤형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무궁화 예찬론자인 이 사장은 서울과 대전에 있는 국립현충원의 대통령 묘역에 무궁화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2009년 만들어진 사단법인 무궁화사랑의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무궁화 관련 단체에서 활동한 이유 중 하나는 어릴 적부터 무궁화를 심고, 가꾸는 실천적 활동을 통해 애국심이 길러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동안 후원자가 없어 활동이 미약했지만 올해부터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오는 9월 이전하게 될 나주혁신도시 신사옥에 한반도 지도모양의 동산을 조성해 무궁화를 심기로 한 것도 그의 이러한 소신의 발로다. 이 사장은 또 ‘여성이 활발하게 나서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올해 공사 내부에 ‘복지여성부’를 신설하고, 여성 인력에 대한 복지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여성인재의 양성과 활용, 양성 평등문화의 정착은 기업의 성장은 물론 우리 사회의 창의적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는 필수요건이라고 봅니다.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고, 여성인재 양성 및 경력단절 예방, 일과 가정 정립 등이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되면서 양성평등은 이제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첫 여성 1급 지사장과 7명의 여성 부장을 배출하고, 복지여성부를 신설·운영하는 등 여성인재 양성과 양성 평등문화 정착으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깨고자 꾸준히 노력할 각오입니다.”

―지난 2월 공사 주요사업의 관리자를 외부에서 채용하셨다지요. 공공기관에서는 자주 있는 경우가 아닌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외부 인재 영입은 공사 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사 내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영혁신안에 담긴 해외사업 및 신규사업 확대, 자체사업 내실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라도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한 전문성 확보는 우리 공사의 절실한 과제였어요. 그에 따라 국제농업협력, 어촌·수산개발, 지역개발분야 등 신규사업 추진에 필요한 외부 전문가 4명을 개방형 직위로 영입했던 거지요.”

이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과 동시에 전국에 있는 93개 지사, 9개 지역본부를 모두 한 차례씩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모든 지역본부와 지사를 직접 방문한 이는 역대 농어촌공사 사장 중 이 사장이 처음이다.

―전국의 지사와 현장을 모두 다니시면서 무엇을 느끼셨는지요.

“농어업정책은 농어업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현장의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취임 이후 지난 3월 5일까지 전국의 139개 본사 및 지방부서를 방문해 직원들과 현안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요. 74개 대외기관까지 총 213개 기관을 방문해 8677명을 만났고, 이동거리는 3만1338㎞로 서울·부산 간을 40회 정도 왕복하는 거리였지요. 지방부서 방문을 모두 마치고 나니 ‘문제는 현장에 있고, 답도 현장에 있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됐습니다. 이번 지방부서 방문을 통해 듣게 된 현장 직원의 의견을 잘 수렴해 공사경영에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늘 강조하시는 게 ‘행복한 농어촌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농어촌 주민의 행복은 낙후된 생활여건과 고령화, 공동화 등 어려운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최우선입니다. 전국 93개 지사를 농어촌 주민의 복지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행복충전소’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생활에 밀접하고 공사가 시행 가능한 16개 방안을 만들었고, 올해 안에 이를 실행에 옮기려고 합니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공동 홈’ 조성, 고령농가의 농기계 임대·수리 등을 지원하는 ‘영농도우미’, 지사 보유 공용차량을 활용해 버스 미운행지역의 교통을 지원하는 서비스 등이 그것이지요.”

―말씀하신 사업들을 모두 시행하려면 조직과 인력, 예산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공사 자체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데 집중하고, 점차 관련기관이나 지자체와 협의해 범위를 넓혀갈 생각입니다. 농어촌의 생활 및 영농환경과 밀접한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관련 부처나 지자체와도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9월 나주로 본사를 이전해 본격적인 ‘혁신도시 시대’를 열게 되는데 공사경영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나주 이전은 본사 위치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공사의 전문성과 생산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정보자원, 사무환경, 조직구조 등이 자동화·과학화된 정보기술(IT) 기반의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합니다. 또한 CEO 대면보고를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전자경영보고로 대체하고, 회의문화 간소화 등 창의 기반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등 공기업 최초의 스마트워크 성공모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주관하는 2014 국제관개배수위원회 총회가 9월에 광주에서 열리지요.

“ICID로 불리는 국제관개배수위원회는 106개 국가와 20여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수자원과 관개배수 분야의 국제회의지요. 물관련 국제회의가 잇따라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은 식량안보, 수자원 확보 등 물의 보유와 활용이 국제사회의 중요한 화제이며, 앞으로도 물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물 분야의 국제회의를 통해 한국이 세계 물 산업의 발전과 국가 간 협력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 사장은 끝으로 농어업 경쟁력의 핵심을 ‘세방화(世方化·Glocalization)’로 정의하면서, 농어업계 모두 세계화 수준에 맞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고소득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 적응하는 것이 농어업을 키우는 관건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박양수 부장대우(경제산업부)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