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계절이 왔습니다. 매년 4월 둘째주는 ‘마스터스 위크(week)’라 부르며 미국 내에서는 유일한 골프 대회가 열립니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는 수많은 골프의 별들이 모입니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챔피언스 디너’ 때 청국장과 된장찌개를 끓여 선수들을 대접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선수의 마스터스 도전 역사는 40년을 넘었습니다. 1972년 일본오픈에서 우승했던 한장상이 이듬해 한국인 최초로 마스터스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초대장과 비행기표만 달랑 들고 개막 이틀 전 오거스타에 도착했습니다. 세 번의 비행기를 갈아탄 끝에 밤 12시가 넘어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도착했고, 첫날 2오버파를 쳤지만 둘째날 6오버파를 치며 컷 탈락했습니다. 1999년 당시 아마추어였던 김성윤이 US아마추어 선수권 준우승을 차지하며 2000년 두 번째 마스터스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컷 오프였습니다. 이후에도 아마추어 안병훈과 한창원이 2010년에 도전했지만 모두 컷 탈락했습니다.

최경주는 올해로 12년째 마스터스에 개근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마스터스에 출전한 최경주는 두 번째 참가에서 3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마스터스 챔피언은 평생출전권이 보장되지만 아직 우승이 없는 선수 중 ‘12년 연속 출전’한 선수는 몇 안됩니다. 그 만큼 최경주의 플레이가 성실하고 견고하다는 걸 말해줍니다. 최경주는 특히 두 번째 출전인 2004년 대회 2라운드에서 전반 9홀에 30타를 쳐 주목받았습니다. 올해로 78회째를 맞는 마스터스의 긴 역사에서 전반 9홀에 30타를 적은 선수는 지금까지 최경주를 포함, 4명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는 한때 선두를 달리며 ‘그린재킷’의 꿈을 이루는 듯했지만 파죽지세의 필 미켈슨을 의식한 탓에 막판에 샷이 흔들리며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시아가 배출한 유일한 메이저챔피언 양용은은 올해로 여섯 번째 출전입니다. 두 번째 출전에서 공동 8위에 올랐던 양용은은 아직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스 챔피언이 되면 다음해 역대챔피언들을 초대해 자신이 선정한 메뉴로 ‘챔피언스 디너’를 마련하는 게 전통입니다. 최경주는 청국장을, 양용은은 된장찌개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는 최경주와 양용은을 비롯, 배상문, 그리고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자 이창우, 그리고 재미교포 존 허가 출전합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불참 소식에 올해 마스터스는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한국 선수가 이번에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빠른 유리알 그린을 극복하고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돼 청국장이나 된장찌개가 ‘챔피언스 디너’ 메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주 오거스타에서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