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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의 변신이 심상치 않다. 주말이면 부족한 잠을 채우기 바빴던 아빠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캠핑장이나 야외 체험학습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브라운관에서도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 여럿 등장했다. 최근 이처럼 야외활동을 즐기는 레저인구가 늘면서 세단에 쏠려있던 아빠들의 시선이 ‘미니밴’으로 향하고 있다. 흔히 ‘패밀리카’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실내공간이 큰 해치백도 패밀리카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다목적차량(MPV)’이나 미니밴으로 구분하는 게 보다 정확하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단이나 SUV에 비해 상대적으로 움츠려있던 미니밴 시장이 최근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만여 대에 불과했던 국내 미니밴 시장은 지난해 7만 대 수준으로 갑절 이상 커졌다.

찬바람이 불던 미니밴 시장에 불을 지핀 건 최근 급속도로 번진 ‘캠핑 문화’의 공이 컸다. 캠핑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1200여 개 가량의 캠핑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2008년 700억 원 수준이던 캠핑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미니밴 시장의 첫 테이프를 끊은 건 혼다의 8인승 미니밴 ‘올 뉴 오딧세이’다. 오딧세이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12만 대 이상이 판매돼 미국 미니밴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시장 반응도 뜨거워 출시 첫 달인 지난 2월 58대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미니밴의 불모지였던 걸 생각하면 선전한 결과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예상보다 시장반응이 좋아 물량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며 “지금 구매계약을 해도 최소 두 달은 대기를 해야 한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오딧세이는 필요에 따라 최소 2인승에서 8인승까지 좌석을 탈부착할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편이다. 미니밴답게 뒷좌석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2열 상단에 설치된 소형(9인치)모니터를 통해 뒷좌석 탑승객들이 TV나 영화감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달 출시한 크라이슬러의 7인승 미니밴 ‘그랜드 보이저’는 비즈니스용 모델로, 레저 목적으로 설계된 다른 미니밴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 모델은 비즈니스 전용 차량으로 이동 중에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 환경을 꾸몄다. 2열과 3열 상단에 장착된 9인치 스크린에 노트북이나 컴퓨터, 아이패드 등을 연결하면 탑승자들이 자료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동식 회의장’인 셈이다.

신차가뭄에 시달리던 프랑스 대표 브랜드 시트로엥도 7인승 미니밴 ‘그랜드 C4 피카소’를 국내에 출시, 본격적인 미니밴 경쟁에 합류했다. 출시 전 사전예약 판매분도 100대를 넘어섰다. 부진했던 시트로엥의 국내 판매 실적을 생각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시트로엥은 일본이나 미국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미니밴 시장 진출이 늦었지만 나름 비장의 카드가 있다. 바로 14㎞/ℓ(복합연비 기준)에 달하는 연비효율이다. 소비자들이 미니밴의 뛰어난 편의성에 감탄을 하다가도 구입을 망설인 요인이 낮은 연비다. 시트로엥은 그랜드 C4 피카소에 4기통 2.0ℓ 블루 HDi 디젤 엔진을 얹었다. 미니밴의 주요 타깃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랜드 C4피카소의 연비효율은 미니밴 시장에서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브랜드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도 소비자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차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는 ‘올드보이’도 있다. 토요타자동차의 ‘시에나’는 출시 이후 매년 500대 이상의 판매대수를 기록하며 국내 미니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시에나의 강점은 가솔린 엔진 특유의 정숙성과 파워, 최근 추가된 4륜 구동(4WD) 시스템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에 따르면 4륜구동 모델의 판매량은 시에나의 국내 판매실적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 하반기 기아자동차의 카니발 풀체인지 모델까지 출시되면 국내 미니밴 시장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도 레저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미니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캠핑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니밴에 대한 시장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