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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그 탄생 배경에 감춰진 일화가 있다. 유럽의 한 왕실이 귀중품 도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경찰 및 법학자들을 초청해 회의를 열었던 것이 이후 전 세계적인 경찰 공조 시스템 성립의 직접적 계기였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경찰 공조를 위한 최초의 회의는 1914년 모나코에서 열렸다. 당시 모나코 왕자였던 알베르 1세는 세계 14개 국의 법학자, 경찰관 등을 초청해 ‘국제형사경찰회의’를 개최했으며, 인터폴은 이를 기준으로 설립 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회의에 참석했던 각국 대표들은 국제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가 간 경찰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과학수사기법 공유 및 범죄정보 교환을 위한 ‘국제범죄 기록보관소’ 설립과 범죄인 인도절차 표준화, 긴급체포 절차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알베르 1세 왕자가 국제형사경찰회의를 소집한 배경에는 또다른 비화가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작가인 프랑수아 보발은 알베르 1세 왕자의 국제형사경찰회의 개최에 대해 “왕실 귀중품 도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베르 1세 왕자가 카지노에서 만난 독일 여성과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이 여인은 이후 모나코 왕궁의 비밀통로를 통해 왕궁 내부까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알베르 1세 왕자가 이 여인을 만나는 동안, 여인의 또다른 남자친구가 비밀통로로 왕궁에 들어와 왕실의 귀중품을 모조리 훔쳐 이탈리아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나코 경찰은 절도범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지만, 국외에서 이들을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타국 경찰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 왕실의 귀중품 절도범들을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알베르 1세 왕자가 직접 외국의 경찰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가졌던 것이 인터폴의 시초였다는 설명이다. 비록 알베르 1세 왕자는 개인적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형사경찰회의를 소집했지만, 이후 국제형사경찰위원회(1923년)를 거쳐 지금의 인터폴(1956년)이 성립되는 데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