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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1900년대 이후 서울의 근현대 유산 1000개를 발굴·보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역사성 높은 박경리 가옥(왼쪽 사진)과 마해송 가옥(오른쪽) 등 후보지에 대한 미래유산 선정이 소유자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일 시에 따르면 미래유산의 유력 후보지인 마해송 가옥과 박경리 가옥의 소유자들이 감정 평가액보다 높은 매도 가격을 제시해 시의 매입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앞서 190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로 사라질 위험에 있는 근현대 문물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근현대 유산의 미래유산화 기본구상’을 내놨다. 근현대 산업유산으로 분류된 광장동 구의취수장, 동요 반달 작곡가 윤극영 선생의 가옥, 민권운동가 겸 문필가인 함석헌 선생의 가옥 등은 이미 미래유산화를 위한 매입과 보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시는 강북구 수유동 윤극영 선생의 가옥을 윤 선생의 아들로부터 감정가액인 5억9000만 원에 매입, 오는 6월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도봉구 쌍문동 함석헌 가옥 역시 감정가인 11억2400만 원에 매입했고, 2015년 1월에 개방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인 종로구 견지동 이문설농탕(1904년), 국내 최초 아파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1930년), 국내 최초 화력발전소인 당인리 발전소, 소설가 박경리 선생 가옥, 아동문학가 마해송 선생 가옥 등도 미래유산 후보지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성북구 정릉4동의 박경리 선생 가옥과 종로구 명륜동 마해송 선생 가옥은 소유자들이 시가 제시한 감정가액보다 높은 매도가를 부르고 있어 매입과 보존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박경리 선생 가옥은 선생이 10년 이상 머무르면서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하고 사위인 김지하 씨도 상당 기간 머무르기도 한 뜻깊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 구역에 포함된 데다 소유주가 5억8000만∼6억 원 정도인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감정가 4억 원 후반대인 마해송 가옥 역시 소유자가 1억 원 이상 높은 호가를 제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나중에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감정평가액보다 더 쳐주고 매입할 수가 없다”며 “원하는 가격을 받고 팔고자 하는 소유자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이 때문에 미래유산 선정에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게다가 시가 2014년도 미래유산 매입비용으로 책정한 예산은 7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감정가액으로 매입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 정도 예산 규모로는 마해송 가옥과 박경리 가옥 이외에도 후보에 올라 있는 미래유산을 매입하고 보존하는 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