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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 기 소르망 지음, 안선희 옮김 /문학세계사

지난해 한국인들은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 선수가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 원)의 계약을 맺었을때 놀라고, 그의 기부 옵션에 또 한 번 놀랐다. 계약 이후 추신수 선수는 많이 버는 만큼 많이 내야 하는 미국 특유의 기부 문화를 전하며 텍사스의 경우 1억 달러를 계약했을 때 자동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에서 기부는 사회 구성원의 의무이자 책임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벤자민 프랭클린이나 록펠러, 포드 등 미국 사회의 기초를 다진 인물들부터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미국인들은 거의 대부분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기부 재단을 설립했다.

책은 프랑스의 사회작가 기 소르망이 이 같은 미국의 기부 문화를 분석한 것이다. 기 소르망은 2012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의 기부 문화의 기원과 현주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 실상과 허상을 파고들었다.

저자는 박애적 기부를 통한 슈퍼 리치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미국의 정신문화적 전통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자수성가형 인물들이 대부분인 미국의 갑부들은 성공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행운이 따라 준 것에 감사하고, 성공한 이후에는 자신이 누렸던 행운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기부 행위를 통해 섹스 스캔들 등 자신에게 드리워진 나쁜 이미지를 쇄신시키기도 했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지구 온난화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저택에 사는 등 이중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기부 활동을 했다고 해도, 이는 결과적으로 ‘선하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들의 기부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또 기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기부는 단순한 세제 혜택뿐 아니라 사회적, 인간적, 정신적 혜택을 얻는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한국판 서문’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기부를 통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는 한국의 경우 상부상조의 전통이 살아 있다며 한국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는 정부보다 사회단체나 재단들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