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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 김봉현 지음 / 글항아리

‘힙합’이란 단어는 이제 익숙한 말이 됐다. ‘다이나믹 듀오’(개코, 최자)는 한국 힙합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4월 13일까지 열리는 미국 힙합페스티벌 ‘원 마이크, 힙합 컬처 월드와이드(One Mic: Hip-Hop Culture Worldwide)’에 초대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 힙합 가수의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힙합 고유의 내용과 맥락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힙합에 대한 대중의 거리감을 좁히며, 힙합에 씌워진 온갖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고 힙합의 본래 얼굴을 보여주는 본격 소개서라고 할 만하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힙합평론가인 저자는 음악 장르이자 문화인 힙합을 사회·문화·정치의 맥락에서 돌아본다.

‘아프로-아메리칸’(Afro-American)부터 ‘리스펙트’(Respect)까지 15개 키워드를 통해 힙합의 속사정을 살핀다. ‘아프로-아메리칸’에서 저자는 “역사적으로 재즈와 솔이 아프로-아메리칸을 대변하는 음악이었다면 오늘날 아프로-아메리칸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가장 강력한 음악은 바로 힙합”이라고 단언한다.

사람들은 래퍼들이 왜 그렇게 자기자랑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 책은 ‘스왜거’(swagger)를 통해 그 이유를 전한다. 책에 따르면 힙합에서의 스왜거란 ‘잘난 척’이나 ‘허세’‘돈 자랑’이라기보다 자신의 내적·외적 면모를 스스로 자신감 있게 드러낼 때 발생하는 일종의 복합적인 ‘멋’ 혹은 ‘아우라’에 가깝다.

‘자수성가’에서는 “밑바닥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난 정상에서 놀지”와 같은 건방진 가사들의 기원을 찾아나선다. 힙합 문화는 음악이기 이전에 특수한 사회, 지리, 인종적 기반 위에서 출발했다. ‘게토’(ghetto)에서 힙합의 배태 공간을 살핀다. 적지 않은 미국의 흑인들은 가난이 대물림되고 범죄가 만연한 ‘게토’에서 태어나 살아간다. 게토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그들은 ‘랩’과 ‘농구’ 밖에 없다고 스스로 말한다.

힙합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남성 우월주의’ ‘여성 폄하’ ‘동성애 폄하’ 등의 코드다. 저자는 이 키워드들에 3개의 장을 할애해 왜 래퍼들이 이런 경향을 보이는지 그 문화적 근원을 탐색한다.

저자는 “힙합은 사람들이 오해와 편견을 갖기 쉬운 음악이자 문화다”며 “힙합을 잘 모르거나 큰 관심이 없는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쉽고 친근하고 재미있게, 그러나 전문성을 잃지 않고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