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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호(사진)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 원’ 노역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이 환형유치(換刑留置) 제도 개선안 검토에 착수했다. 노역 일당과 유치 기간 등에 대해 기존보다 강화된 기준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오는 28일 열리는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 환형유치 제도를 안건으로 올리고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5일 “노역 일당뿐 아니라 유치 기간의 적정성까지 포함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환형유치 제도는 벌금을 미납할 경우 노역장에 유치해 하루 얼마씩 감경해주는 제도다. 형법 69조에 따르면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벌금을 내야 한다. 이를 내지 못하면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돼 숙식을 하며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노역장 유치 기간에 3년이라는 제한 규정이 있고, 벌금형이 무겁게 내려지면 노역의 일당 액수도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데다 법원이 이를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허 전 회장의 경우 1심은 노역을 일당 2억5000만 원으로 책정했고, 항소심에서는 액수를 더 높여 일당 5억 원으로 결정했다. 그는 항소심 선고 다음날 뉴질랜드로 출국한 뒤 해외도피 생활을 하며 호화롭게 지내다 지난 22일 귀국했다. 수사과정에서 체포돼 있던 하루도 노역장 유치기간에 포함됐다. 통상 일반인들의 노역 수당이 5만 원 선에서 정해지지만 허 전 회장의 경우 일반인이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254억 원을 49일만 노역하면 모두 탕감받을 수 있게 됐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은 ‘일당 5억 원’ 노역에 대해 법원 판결의 적정성을 놓고 비난이 쏟아졌다. 이 같은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자 법원 측은 “법 개정 추진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수석부장판사 회의 논의 내용까지 검토한 뒤 적절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