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건설될 예정이었던 강남구 대치동 양재천 부근 빗물펌프장(대치2 빗물펌프장)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결국 올해 여름 내 완공이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압구정동 신사공원에 지어질 잠원2 빗물펌프장 역시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현재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할 상황에 처해 서울시 하절기 수방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21일 시에 따르면 올여름 가동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됐던 대치2 빗물펌프장의 연내 완공이 어렵게 됐다. 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완공해 호우가 집중되는 7∼8월에 가동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치초등학교 부근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대치2 빗물펌프장은 지하철 3호선 대치역 사거리 일대의 침수를 막기 위한 시설로, 이곳은 지난 2011년 여름철 폭우로 인명 피해 및 수백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대치초등학교 통학로에 배관을 묻는 공사를 진행해야 해 학생 안전사고 문제가 제기되며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센 상태다. 28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시설을 지하화할 계획이어서 악취 발생과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없다는 시와 구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대는 여전하다.

압구정동 신사공원에 설치할 예정인 잠원2 빗물펌프장도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곳은 신사동 광림교회 일대와 한남대교 남단 인근의 주택과 상가 등이 매년 폭우에 수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내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신사공원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공원 일대에 공사 가림막만 설치한 채 중단됐다.

시는 20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등조정관과 도시기반시설본부 소속 공무원이 나서 주민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은 공원의 원상태 회복과 빗물펌프장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펌프장 장소 변경은 막대한 비용부담이 따르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빗물펌프장 건설 난항으로 시는 올여름에도 임시방편으로 강남지역의 수방대책을 세워야 할 처지다. 시는 대치역 사거리 일대의 침수를 막기 위해 기존 양재 빗물펌프장의 3개 펌프 가동 시간을 늘려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우수량을 조절할 방침이다.

또 광림교회 부근은 기존 잠원 빗물펌프장의 하수와 빗물을 분리하는 벽의 높이를 낮춰 폭우가 내릴 경우 빗물이 한꺼번에 유입·처리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임시방편에 불과해 단시간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이 일대 침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