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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웰빙 바람을 타고 귀농·귀촌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인간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어서, 혹은 건강을 되찾고 싶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귀농·귀촌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 하지만 농촌으로 시골로 이주했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왜 그럴까. 이 책 ‘시골은 그런 곳이 아니다’에 그 답이 있다. 저자는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역대 최연소(23)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일본의 저명한 문인. 1968년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정오이다’를 집필한 뒤 자신도 일본 나가노현 아즈미노로 이주해 올해로 47년째 살고 있다. 50년 가까이 시골생할을 했으니 ‘시골의 모든 것’을 다 겪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저자는 시골도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더 혹독하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현실은 분명 혹독했습니다. 시골 또한 도시 이상입니다. 결코 안도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저자는 시골 생활의 냉혹한 현실을 낱낱이 열거하며 별 고민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골로 이주하려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시골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엇보다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확고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 위해 시골로 가려는지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를 세우라는 것. 확실한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골 생활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도예에 전념하기 위해, 계곡 낚시를 깊이 연구하기 위해, 독서에 몰두하고 싶어서, 집안 사정 탓에 한때 포기했던 학문이나 연구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와 같은, 다른 일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의 강한 목적이 없으면 그만두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저자는 그러나 공기가 맑으니까, 자연이 아름다우니까, 농사를 짓고 싶어서, 인정 많은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시골로 내려가려는 사람들에겐 쌍수를 들어 말린다. 그런 이유들은 환상이나 망상에 불과한 사이비 목적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골이 고요할 때는 농한기뿐이고 그 외 계절은 온갖 농기계가 내는 엔진 소리로 시끄러운 곳이 시골이라며 시골에 대한 환상을 철저하게 깨부순다. “물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도시의 소음 재앙과 비교하면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시골 소음이 훨씬 더 귀에 거슬리고 숙면을 방해합니다. 고요한 가운데 발생하는 소음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의 이면도 말한다.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생활환경으로는 가혹하다는 뜻이다. 전망이 좋은 고지대에다 햇볕이 잘 드는 경사진 남향이라는 말에 홀려 선택했다가 어처구니없는 참극에 휘말릴 수 있다. 암벽 붕괴나 산사태가 일어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

저자는 또 이웃 주민들이 자기 집과 다른 집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고 아무 때나 찾아와 서슴없이 방으로 들어와서는 집안 내력뿐만 아니라 예금 잔고가 얼마인지까지 파고드는 통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시골살이를 시작할 때 그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정도를 미리 정해 두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시골 생활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일까.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한 목적 없이 막연히 시골생활을 동경하거나 도시생활에서 도피하듯 시골을 찾지는 말라는 것이다. 일본의 시골 상황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메시지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