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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의 정의(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일본 내에서 행동하는 지성의 표본으로 꼽히는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는 소외받는 사람들을 주제로 책을 쓰고 일본 우익세력과 군국주의에 맞서 활동을 한다. 오에 겐자부로가 2006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일본 아사히신문에 ‘정의집’(定義集)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연재한 글을 묶었다. 그는 지적장애를 겪는 아들을 가진 아버지로서,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일본 문화와 사회에 대해 담담히 서술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도 솔직담백하게 풀어놓는다. 책에는 오에 겐자부로가 읽은 책, 만난 사람, 여행간 곳,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다. 당당하고 진솔하게 소통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진정한 휴머니즘이 느껴진다.

★ 중국 뿐인 세상(후안 파블로 카르데날 외 지음, 전미영 옮김 / 명랑한지성) = 저자들은 지난 몇 년간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확장을 시도하는 중국에 대한 탐사보도를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이 미래의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이나 새 시장을 개척하고 동맹을 구축하는 행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500건 이상의 인터뷰를 했다. 전 세계에 걸친 중국 확장의 본질, 다른 강대국들과 달리 군대가 아니라 돈이라는 조용한 무기를 사용하는 세력 확장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시도였다. 책은 중국의 경제 공세가 서구와 개발도상국의 두 축에서 진행되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식 자본주의가 이미 침투한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라틴아메리카의 지역을 살펴본다. 책은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는 어떨지,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가늠해본다. 페루의 광산촌, 콩고의 구리 광산, 투르크메니스탄의 사막 등 중국은 이들 지역의 가능성을 애초에 알아보고 원자재 공급지로서 개발에 나선다. 중국수출입은행, 중국개발은행 등 정책은행들은 중국의 이런 행보에 무한대로 자금을 공급한다. 또 힘을 과시할 줄 아는 외교술과 중국인의 끈질긴 기업가정신이 중국식 자본주의의 확장을 돕는다. 중국이 진출한 나라 국민들이 현지 문화와 정서를 무시하는 중국식 자본주의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수혜를 누리려 한다는 내용은 흥미롭다.

★상품의 시대(권창규 지음 / 민음사) = 저자는 국문학 전공자로서는 드물게 문화 자본과 소비에 관심을 가지고 광고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을 읽어 냈다. 대한제국과 식민지 시기에 나온 광고를 비롯해 문학과 신문·잡지의 기사를 섭렵하며 상품 소비가 삶의 중심으로 부상한 근대의 일상을 살피고 상품을 호출해 낸 한국인의 실체를 조명한다. 광고는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 등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많은 가치들을 상품 소비로써 실현 가능한 것으로 내세우며 사람들을 매혹했다는 것이다.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박래군 지음 / 클) = ‘한국 인권운동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의 자전적 에세이다. 박 소장은 인권의 개념은 왕이 지배하는 시절 국가의 폭력에 맞서는 일에서 탄생했다며 자신이 국가폭력에 맞서 싸워온 과정을 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인권운동에 투신하게 된 과정을 담담히 전하며 현장을 지키는 인권운동가로서 느낀 보람과 절망, 희망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박 소장은 “가장 슬픈 현실에서도 함께 손잡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인권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