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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디젤 엔진의 전성시대다.

시끄럽고 진동이 심하고, 매연까지 많았던 디젤 엔진이 이제는 연비와 힘이 좋고 깨끗한 친환경 엔진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신규 등록된 차량 중 디젤 엔진 비중은 43.5%로, 가솔린 엔진(42.5%)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가솔린 엔진의 명가를 자처해온 일본차들도 자존심을 버리고 세단에 디젤 엔진을 얹을 정도로 디젤 엔진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대세를 장악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연비가 뛰어나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거리를 주행했을 경우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연료를 적게 쓴다는 말이다. 고유가 시대에 적합한 엔진이다.

이는 연료를 연소시키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에는 점화 플러그가 없다. 가솔린 엔진은 연료와 공기가 혼합된 가스를 엔진 실린더 안에서 점화 플러그가 불꽃을 일으켜 폭발시킨다. 하지만 디젤 엔진은 고온, 고압으로 공기가 압축된 실린더 내부에 최대 2000바(Bar)로 압축된 디젤 연료를 뿌려 자연적으로 폭발시킨다.

디젤은 불이 붙는 온도가 210도 정도로, 가솔린(260도)보다 낮은 데다 공기가 압축되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점화 플러그가 없어도 폭발이 일어난다.

가솔린 엔진은 연료와 공기의 혼합비가 1대14.7 수준이다. 디젤 엔진의 연료와 공기 혼합비는 공회전(idle)의 경우 1대50 정도로 가솔린의 3분의1 수준도 안되며 엔진이 최대한 가동(전부하 조건)할 때도 1대20 정도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연료가 희박한 상태에서 연소시키기 때문에 연비가 좋다. 이 같은 압축 착화 방식은 디젤 엔진의 장점이다.

디젤 엔진은 힘의 세기를 나타내는 토크도 가솔린 엔진보다 높다. 배기 가스를 이용해 공기를 압축하는 터보차저 방식으로, 가솔린 엔진보다 2배가량 높은 고압의 공기를 실린더에 보내 폭발시키기 때문이다.

같은 2.0ℓ 엔진이라 하더라도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에 탑재되는 디젤 엔진의 최대 토크는 41.0㎏·m이지만 쏘나타에 들어가는 가솔린 엔진의 최대 토크는 20.5㎏·m로, 디젤 엔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토크가 높다는 것은 한 번 폭발할 때 발생하는 힘이 크다는 뜻이다. 디젤 엔진은 커다란 망치로 가끔 때려 엔진을 돌리는 반면, 가솔린 엔진은 작은 망치로 자주 두드려 엔진을 돌린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엔진의 힘을 나타내는 마력은 RPM(1분당 엔진 회전수)과 토크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토크가 큰 디젤 엔진은 낮은 RPM대에서 큰 힘을 낼 수 있다.

고압의 연료와 공기를 활용하는 디젤 엔진은 고압 연료 펌프, 커먼레일 인젝터(저공해 디젤엔진 핵심부품) 등 고압 연료 분사 시스템과 터보차저(과급기) 등 전용 부품들이 적용돼 있어 가솔린 엔진보다 크고 무겁다. 이 때문에 디젤 엔진 차량 가격은 가솔린 엔진 차량보다 200만∼300만 원가량 비싸다.

디젤 엔진은 이산화탄소(CO₂) 등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20%가량 적다. 또 미세 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채집하고, 배기 가스를 흡기 가스로 재순환시켜 매연 물질을 태워 버리기 때문에 유해 물질 배출도 적은 편이다. 디젤 엔진이 친환경 클린 엔진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디젤 엔진은 ‘파일럿(Pilot) 분사’라는 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최대 단점인 진동과 소음을 잡는 데도 성공했다. 이 방식은 디젤 연료의 본 폭발 직전에 미량의 연료를 먼저 뿌려 작은 폭발을 일으키는 기술로, 실린더 온도를 높여 본 폭발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파일럿 분사는 본 폭발 직전에 2∼3회 정도 반복되는데, 본 폭발과의 시간차는 1000분의1초도 안되는 찰나의 시간이다. 엔진 온도를 높여주는 배기 가스 재순환 시스템과 터보차저 기술도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점화 플러그가 없는 디젤 엔진은 영하 30도 이하의 저온 상태에서도 시동이 쉽게 걸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글로(Glow) 플러그란 장비가 장착돼 있다. 글로 플러그는 1000도 이상의 고온을 발생시켜 엔진 실린더 온도를 순식간에 높여준다.

글로벌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디젤 엔진 기술 경쟁력은 일본차와 미국차는 이미 따돌렸고, 유럽 수준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싼타페 2.0ℓ 디젤 엔진과 BMW 520d에 탑재된 2.0ℓ 디젤 엔진을 비교해 보면 최고 출력은 184마력으로 같지만 최대 토크는 싼타페 엔진(41.0㎏·m)이 520d(38.8㎏·m) 엔진보다 크다. 다만 CO₂ 배출량에서는 싼타페(1792㎏)보다 가벼운 520d(1630㎏)가 115g/㎞로 싼타페(137g/㎞)보다 적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디젤 엔진 생산량 세계 4위 업체”라며 “일본차와 미국차가 실패의 쓴맛을 본 유럽에서 현대·기아차가 선전하는 것도 디젤 엔진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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