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유우성(34) 씨측이 법원에 제출한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명의의 ‘상황설명서’에 이어 유 씨가 북한을 왕래하면서 사용했다는 북한 사증(비자)도 위·변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 씨측은 당초 사증번호가 없는 사증을 공개했다가 뒤늦게 사증번호가 들어간 것을 다시 제시했다.

문화일보가 17일 인터넷 매체에 공개된 유 씨의 여권을 확인한 결과, 유 씨가 당초 제시한 북한 사증에는 사증번호가 공란으로 돼 있었으나 재차 공개한 사증에는 ‘3594365’라는 사증번호가 추가돼 있다. 두 사증은 사증번호의 유무만 다를 뿐 출입국기록의 필체는 물론, 사증에 찍힌 ‘국경통행검사소’의 관인과 날짜까지 동일하다. 해당 사증은 지난 2002년 11월 30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입국해 12월 18일 출국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두 사증이 공개된 시점이 지난 2월 21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증번호는 올해 들어 추가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유 씨의 변호인측은 이에 대해 “(유 씨의) 정보보호 차원에서 (해당 매체가)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이 검찰을 통해 법원에 제출한 문서의 위조 의혹과 관련,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 과장은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강력부장) 조사에서 국정원 협력자 김모(61) 씨에게 위조를 지시하지 않았으며,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 씨 등 국정원 협력자들에게 ‘유 씨의 출입경기록을 받아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더니 김 씨는 ‘그런 문서는 구해줄 수 없다’고 얘기했다”며 “김 씨가 나중에 유 씨측의 상황설명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문서를 갖고 오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과장은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에 대해서는 “다른 조선족 협력자로부터 해당 문서를 입수했고, 국정원 협력자는 이 문서를 전달하면서 담당자는 물론 구체적인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출·김병채 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