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를 켜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꽃샘추위가 닥쳐 혼란스럽습니다. 바로 세금입니다.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라는 정책을 불쑥 내밀어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지요. 물론 정부가 연간 월세소득 2000만 원 이하 임대업자에 대해 세 부담을 낮추고, 시행 시기도 2년간 유예한다는 보완 조치를 지난 6일 내놓았지만 ‘정책 돌발변수’로 깜짝 놀란 부동산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월세 과세는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정부의 고육책이겠지만 전세임대자나 월세로 살아가는 은퇴자, 소규모 다가구 월세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세부담 가중’이지요. 특히 1주택 이상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규 분양이나 기존주택 매입을 꺼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전월세 과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이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이유지요.

전월세 소득 과세는 매매와 임대 등 부동산시장 전반에 벌써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세에 따른 수익률 저하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류하고 관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요. 과세로 소득이 드러나고, 월세 수익마저 줄어들면 소유자들이 선택할 대안은 팔거나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들어 도심권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이 떨어진 것도 전월세 임대시장 과세 방안 발표 영향이 큽니다.

주택 전월세 시장에서 세입자들의 피해도 우려스럽습니다.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수익을 얻으려던 집주인들이 다시 전세금을 올릴 가능성이 높고, 월세 임대업자들도 세금을 내는 만큼 월세를 더 올려받겠다는 계산이 앞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또 임대인 입장에서는 세금을 투명하게 신고하면 건강보험료 등도 인상될 수밖에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증가분도 월세로 전가시킬 수 있지요. 월세 소득 과세는 결국 애꿎은 전월세 세입자만 피해를 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동안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았던 다가구·다세대 주택 집주인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과세 2년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6년 이후 정밀조사 등에 따른 과세가 이뤄질 경우, 종래에 내지 않았던 월세 소득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죠. 다가구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이들의 경우 1채를 처분하거나 아예 전세를 주는 방식, 보증금 없이 1년치를 한꺼번에 받는 방안 등 세금 회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네요.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국민 대부분이 공감합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죠. 다만 다가구주택 소규모 임대인이나 월세 수익으로 살아가는 은퇴자 등에게는 가혹한 정책일 수 있습니다. 과세 정상화도 좋지만 영세 임대업자와 세입자 보호 대책을 확실히 세운 후 정책을 시행했으면 합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