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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듣기 거북하고 난해할 것 같은 현대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피아노 첼로 더블베이스 타악기 클라리넷 기타 등 클래식악기들이 연주하는 사운드는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록 재즈 민속음악의 콘서트장처럼 쿵쿵 찌익 거리는 소리가 기존의 클래식음악회와는 다르다. 자유분방하고 혁신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자신들을 ‘깡통을 두들겨 음악을 만든다’며 ‘뱅 온 어 캔’(Bang on a can)이라고 불렀다.

미국 뉴욕의 진취적인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뱅 온 어 캔’이 국내무대에 오른다. 연주자 6명으로 구성된 ‘뱅 온 어 캔 올스타’(사진)가 오는 29, 30일 경남 통영국제음악제를 시작으로, 4월 1일 서울 금호아트홀, 4월 2일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첫 발표무대를 갖는다.

이들의 음악은 클래식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현대인들이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창작음악이다. 요들송부터 깡통 따고 칼 가는 소리, 슬롯머신의 기계음 등 일상의 소리를 악보로 옮긴 곡을 연주하며, 클래식과 재즈, 록과 월드음악의 경계를 넘어 기발 난 상상력의 음악을 발표해왔다.

공연 기획자인 작곡가 김인현 씨는 “클래식 전공자들이 주도하는 ‘뱅 온 어 캔’은 1987년 뉴욕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첫 마라톤콘서트 이후 뉴욕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클래식음악회의 정형에서 벗어나 길거리 밴드인 아스팔트오케스트라 활동, 창작곡 위촉 등 이들은 음악실험을 통해 클래식음악가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왔다.

1987년 여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지는 12시간여의 마라톤콘서트를 시도한 것은 미국 예일대서 클래식음악을 전공한 3명의 음악인, 줄리아 울프·마이클 고든·데이비드 랭이었다. 연주단체 ‘뱅 온 어 캔 올스타’를 결성해 자신들의 창작곡을 연주하고, 거리에서 현대음악을 연주했다. 새로운 음악의 창작과 연주를 추구하며, 작곡가들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내한공연에서 ‘올스타’(첼로의 애슐리 베스케이트·더블베이스의 로버트 블랙·피아노의 비키 차우·타악기의 데이비드 코신·기타의 마크 스튜어트·클라리넷의 켄 톰슨)는 이 팀을 창단한 세 작곡가의 대표작 및 필드레코딩 신곡을 선보인다. 데이비드 랭의 ‘속이기 거짓말하기 훔치기’를 비롯해, ‘필드 레코딩’을 통해 영상과 연주가 어우러지는 현대미술가 겸 작곡가 크리스찬 마클레이의 2012년작 ‘페이드 투 슬라이드(Fade to Slide)도 선보인다. 2011년 연초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소리를 보는 경험’전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크리스찬 마클레이는 영화 속 합창 피아노연주 및 굉음과 비명 등 다양한 소리를 접목한 영상에서, 귀로 들으면서 눈으로 보는 ‘사운드 디자인’ 작업을 펼쳐왔다.

한편 맨해튼음대 재학시절 줄리아 울프를 사사하며 음악적 인연을 맺은 김인현 씨의 신작도 이번에 국내서 초연된다. 작곡가 김 씨는 뉴욕서 서울나들이 길에 경험한 생경함을 지하철 굉음과 접목한 6분 길이의 작품으로 발표한다. ‘필드 레코딩’을 통해 이밖에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거리 소리를 악보로 구현한 마이클 고든, TV 뉴스채널과 동네 카지노의 소리를 주목한 티온다이 블랙스턴의 신작도 소개된다.

4월 1일 금호아트홀 연주회에선 한국 출신 플루티스트 루나 초롱 강과 협연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