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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퇴근길 직장인 대상의 콘서트를 마련해왔다. 오후 8시 본 공연과 별도로 에이버리피셔홀에서 오후 6시 45분부터 1시간여 진행되는 ‘러시 아워 콘서트’다. 1991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쿠르트 마주어의 제안으로 1992년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서구에서 클래식 공연은 머리 희끗희끗한 중장년 이상 관객 위주지만, 이 콘서트는 뉴욕필이 젊은 관객에게 다가서기 위해 시도한 기획공연이다. 직장인도 출퇴근과 다음날 일정에 무리없이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공연시간을 조정했다. 퇴근 후 음악회를 즐긴 뒤 또 다른 저녁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게, 공연시간을 앞당기고 또 압축했다. 티켓값도 정규 공연의 약 60%선이다. 공연직전 연주곡 해설이 더해지는 퇴근길 콘서트는 뉴요커의 호응 속에 비정기적인 음악회로 자리잡았다.

영국 런던 워털루역 부근의 세인트존스교회에선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사우스뱅크신포니아의 러시 아워 콘서트가 열린다. 런던 근교에서 도심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한밤의 귀가를 서둘러야 하는 일반 음악회와 달리 오후 8시 전에 공연장을 나서며 음악의 여운 속에서 귀가한다.

국내에서도 ‘퇴근길 직장인들이 짧은 콘서트를 관람한 뒤 러시 아워를 피해 여유있게 귀가하자’는 콘서트가 진행 중이다. 사무실 밀집지역인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LG아트센터는 오후 7시 막올려 60분간 공연하는 미니콘서트를 2011년 시작했다. 일반 저녁공연의 경우 티켓값이 3만∼7만 원선이지만, 미니콘서트는 티켓값을 전석 2만 원으로 낮췄다.

초기엔 주변 직장인보다 출연자의 팬들이 객석을 메웠으나 이즈음 직장인의 단체 관람이 대폭 늘었다. LG아트센터측은 “‘러시 아워 콘서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단체 예매가 전체 좌석의 20%를 웃돈다”고 밝혔다. 단체 예매의 비율은 일반 공연에선 9%선이지만, 지난해 ‘러시 아워 콘서트’ 중 ‘3호선 버터플라이’와 ‘실크로드음악여행’의 경우 단체 예매 비율이 20.3%, 22.9%나 됐다.

올해 ‘러시 아워 콘서트’는 오는 14일 ‘하림, 집시&피쉬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4월 11일 ‘어어부 프로젝트’, 5월 13일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앙코르 앙코르(사진)’ 및 11월 10일 소리꾼 이자람의 ‘아마도이자람 밴드’의 공연이 이어진다.

‘11시 콘서트’가 주부를 포함해 낮시간대 관객을 파고들었다면, 도심 직장인 대상의 ‘러시 아워 콘서트’도 공연장 틈새시간을 활용한 새 관객 대상의 기획으로 기대를 모은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