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이라도 장학금을 받으면 등록금 분할납부 제도 이용을 금지하는 등 대학들이 등록금 분할납부 제도에 여러 제약을 두면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고려대는 현재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교내 장학금을 비롯해 성적 장학금, 국가 장학금 등 모든 종류의 장학금을 등록금의 25% 이상 받을 경우 등록금 분납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교내 장학금의 경우 가장 적은 단위가 등록금의 35%이기 때문에 교내 장학금을 받으면 무조건 분납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고려대 등록금은 공학계열이 1년에 968만 원으로 1000만 원에 육박했다. 25%의 장학금을 받아도 한 학기에 350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한 번에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등록금 분납제는 학기 초 한 학기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최대 6개월 동안 각 대학이 정한 횟수에 걸쳐 등록금을 나눠내는 제도다.

서강대의 경우 모든 종류의 장학금을 받으면 무조건 등록금 분납을 이용할 수 없다. 단 자기설계등록금납부제를 따로 신청해 분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국가장학금, 가계곤란장학금을 받는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서울, 경기권 4년제 대학들은 장학금이 등록금의 50% 혹은 150만 원을 넘을 경우 분납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장학금 외에도 다른 제한을 두는 대학들이 많다. 인하대의 경우 분납을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을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인하대의 등록금 분납 이용 학생은 전체 학생의 겨우 0.03%인 9명이다.

국민대는 부모의 건강보험료 납입금이 15만 원 이하인 경우에만 분납 신청이 가능하다. 또 대부분의 대학이 신입생과 편입생은 분납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장학재단에서 소액이라도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에게도 분납 제도 이용에 제약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야 하면서 결국 학자금 대출 등 빚을 질 수밖에 없다. 등록금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계부채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4일 “학교 재정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학기 초에 등록금을 다 받지 못하면 직원들 인건비 지급 등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정말 필요한 학생들만 분납제를 이용하도록 조건을 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