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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제너레이션 심리학 / 구마시로 도루 지음, 지비원 옮김 / 클

중국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기 10년 동안 농촌으로 내려가 육체노동에 종사하며 농민들로부터 재교육을 받으라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시에 따라, 2000만 명 이상의 지식청년들이 농촌으로 하방됐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할 기회를 잃었으며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같은 이름을 가진 세대가 일본에도 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전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본에서는 ‘로스트 제너레이션’, 즉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른다. 고도성장기를 누리며 자랐지만 만성불황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고, 그래서 치열한 입시전쟁만 뚫으면 ‘성공’이 보장될 줄 알았으나 이제는 정규직도 유지하기 힘들어진 세대인 것이다. 책은 1975년생으로 같은 잃어버린 세대인 현역 일본인 정신과 의사가 IMF 사태 이후 한국의 사정과 너무 닮은 ‘사다리를 걷어차인 세대’ ‘낀 세대’의 심리와 생활 전반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이 세대는 한국의 신도시처럼 지역사회가 사라진 ‘뉴타운’에서 자라면서 막 보급되던 패미콤, 비디오, 자기 방, 만화잡지 등의 어린이 전용 아이템을 이용해 혼자 노는 법을 터득했으며,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입시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성인이 되자 취업빙하기를 겪었으며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비정규직 자리만 넘치게 됐다. 버블경제 이전 시기의 가치관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만, 버블 이후의 생활과 환경을 받아들여야 했기에 고도성장의 열매를 끝까지 누린 선배들과 어릴 때부터 장기불황에 단련된 후배들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을 맞게 된 ‘이행기’의 세대인 셈이다.

“고도성장기를 보냈던 부모 밑에서 자라고 버블 경기의 화려한 분위기와 그런 시대를 살았던 여러 선배들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 우리는 앞선 세대의 가치관을 내면화했으면서도 그 가치관을 실현할 수 없다는 갈등을 품고 살아가게 됐습니다. 이런 모순에서 기인하는 심리적 갈등은 축복받은 윗세대와도, 축복받지 못한 것을 전제로 길러진 아랫세대와도 공유하지 못하며, 게다가 이들로부터 이해와 공감조차 얻지 못하면서 쉽게 간과 당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누구에게 반하고 싶다’기 보다 ‘누군가 자기를 좋아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연애관을 ‘자기애(自己愛)’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사용해 설명한다.

아울러 젊은 세대에게 최적화된 사회구조 때문에 로스트 제너레이션에 젊음을 유예하는 ‘사춘기 모라토리엄’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사춘기 좀비’들에게 젊은이이기를 그만두고 다음 세대를 성장시키는 성숙한 장년기를 맞이하자고 제안하며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