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시장 정상화 추진에서 가장 폭발력을 지닌 정책 수단은 무엇일까요. 분양가 상한제나 종합부동산세 폐지가 아닙니다. 주택시장의 마지막 규제로 불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문제입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규제라면서 LTV와 DTI 규제를 왜 못 푸는 걸까요. 102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정부가 LTV와 DTI 규제 완화를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반드시 이뤄야 하지만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지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LTV와 DTI 규제에 ‘칼을 대겠다’고 나서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7일 ‘현상유지’를 언급한 것에서도 잘 나타났지요.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이 LTV와 DTI 규제 완화 적기인데도 가계부채 때문에 엉거주춤하고 있는 셈입니다. LTV와 DTI 규제는 결국 현 수준 유지로 가닥을 잡았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시장에 일시적 혼선만 준 셈이 됐지요.

부동산 업계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LTV와 DTI 규제 완화가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모기지(대출) 제도를 보면 LTV가 80% 내외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집에 대한 인식, 주택제도 등이 우리나라와 선진국은 다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나친 대출 규제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실제 주택 담보대출이 매매가격의 50% 내로 막혀 있는 상황에서 수요자가 대출을 받아 다른 주택을 사기는 어렵습니다. 부동산 시장 불황이 깊어지면서 LTV와 DTI의 ‘합리적 적용(?)’이 주택업계의 오랜 숙원이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이지요.

반면 금융권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로 볼 때 LTV와 DTI 규제 빗장을 풀면 가계는 물론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 총액은 반드시 늘 수밖에 없는 만큼 가계와 금융사의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빗장을 풀면 안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가계부실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LTV와 DTI 규제 덕분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다만 국내외 경제여건을 돌아볼 때 부동산 시장의 확실한 회복 없이는 내수경기 활성화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LTV와 DTI 규제는 어떤 형태로든지 손질할 가능성도 있지요. 개개인의 상환 능력에 따른 탄력 적용 등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책 당국이 내수경기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기회를 잃지 말고 LTV와 DTI 규제 완화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합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