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부쩍 외국 기관이나 기업 및 외국인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하거나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중국을 무대로 정보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남북 대치라는 상황에서 중국 측 인사가 한국 측에 모종의 정보를 흘렸다가 죄를 뒤집어쓰고 복역하거나 심지어 사형당한 사례도 등장한다.

지난 2010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통역을 맡았던 고위간부 출신의 중국 인사가 간첩 혐의로 처형됐던 건 극명한 케이스다. 당시 홍콩 언론들은 미국에 망명 중인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이 만드는 월간지인 와이찬(外參) 보도를 인용,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때 통역을 맡았던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장류청(張留成) 전 남북한담당처장이 정상회담 관련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사형에 처해졌다고 보도했다. 와이찬은 “장류청은 2005년 후 주석의 북한 방문시 동행하고 2006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배석해 양국 정상회담의 통역을 맡았었다”며 “장류청은 두 정상이 나눈 기밀을 한국 당국에 누설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국 권부는 권력 핵심기관 인사의 기밀누설 사건에 ‘진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그만큼 한반도 문제의 민감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은 장류청이 조선족 출신임을 감안해 이 사건 이후 한반도 관련 업무에서 조선족 출신들을 배제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2월에는 리빈(李濱) 전 주한 중국 대사가 한국의 기관에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체포돼 공산당 당적과 현직을 박탈당하는 ‘쌍규(雙規)’ 처분을 받은 바 있다. 2001∼2005년 주한 대사를 지낸 리 전 대사는 귀국 후 2007년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중국 관가와 언론 등에서는 “리 전 대사의 혐의는 중국인으로서 너무도 치욕적인 것이다” “그의 간첩 행위가 6자회담 기간 동안 중국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다”는 분석 등이 나왔었다.

이 밖에 중국 내 최고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진시더(金熙德) 일본연구소 부소장이 일본 및 남북한에 정보를 제공한 것, 한반도 전문가인 리둔추(李敦球) 박사가 북한에 정보를 누설한 사실 등이 알려져 사법처리된 일도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