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중음악계에 ‘청음회’ 또는 ‘음반 감상회’가 유행입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없던 이 감상회는 조용필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의 19집 ‘헬로’가 음반으로 발매되기 전, 매체와 평단으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듣겠다는 취지가 시작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조용필은 없었습니다. 이제 막 마스터가 끝난 신곡들을 연이어 듣는, 신선하면서 ‘싱거운’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신곡에 대한 반응이 호평으로 이어지고, 각종 리뷰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감상회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때문이었을까요? 이승철과 신승훈 등 현재 대중음악계 ‘거장’들도 잇따라 감상회를 열었습니다. 이승철은 자신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신승훈은 자주 가는 음악 카페에서 각각 노래를 틀고 곡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달았습니다. 이적의 새 음반도, 최근 넬의 신곡도 모두 ‘감상회’란 이름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이제 감상회는 아이돌 그룹에까지 전이되고 있습니다. 걸그룹 2NE1은 3년6개월 만에 내놓는 새 음반 공개에 앞서 20일 청음회를 연다고 합니다. 팬클럽과 각 분야 전문가 등을 섭외해 평가를 듣는 자리라고 합니다.

감상회는 우선 음악을 완전히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입니다. 타이틀곡과 몇몇 예상 히트곡을 중심으로 듣는 패턴에 ‘다른 곡도 들어봐 달라’는 일종의 권유도 포함돼 있습니다. 어떤 면에선 음악보다 연예에 관심이 많은 음악 기자들을 향해 던지는 따끔한 충고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음악을 듣는 방법과 태도입니다. 음악이라는 건 주관적이어서 한번 듣고 ‘좋다, 나쁘다’를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어떤 이에겐 악몽같은 곡이, 다른 이에겐 ‘내 인생의 곡’으로 통할 수 있는 건 순전히 그 음악이 지닌 현재성이 자신의 상황과 분위기를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처음엔 그 곡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그 곡이 너무 좋아지는 경우까지 포함합니다.

물론, 단박에 귀를 잡아끄는 훌륭한 멜로디는 ‘여러 번의 기회’가 불필요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몇 번의 기회를 통한 어느 특정한 ‘순간’과 ‘환경’이 필요한 법입니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퇴근 길 노을 지는 배경으로 들어야 제 맛인데, 지하 카페에서 듣는 의무적인 선율이 얼마나 진한 감동을 자아낼 수 있을까요? 넬의 독특한 선율과 사운드는 여러 번 들어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고, 신승훈의 모던록은 자연스럽게 들려야 ‘자신의 곡’으로 받아 줄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감상회는 조용필이나 유재하의 그것처럼 명확한 포인트(음악만 감상, 사운드의 변화)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감상회는 모인 자의 긍정론을 암묵적으로 유도하고, 청취 만족도에 대한 오류 가능성을 높일 뿐입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