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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극도로 보안에 취약한 공인인증서의 맹점이 확인되면서 공인인증서 존폐 논란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보안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공인인증서 ‘폐지론’과 정부의 ‘신중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사용된 공인인증서는 지난해 발급건수만 3000만 건이 넘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국내 인터넷 보안 업체들은 공인인증서 보안에 기술력을 집중해 왔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공인인증서 유출 사고가 무려 7633건이나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 해킹 등에 고스란히 허점을 드러냈다.

공인인증서 폐지론자들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기 위해 인터넷 익스플로러 상에서 액티브엑스라는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때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들이 해킹에 악용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또한 공인인증서가 특정 폴더(NPKI)에 저장돼 유출되기 쉽고,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저장된 공인인증서가 쉽게 복사가 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한 보안 전문가는 “공인인증서는 무한정으로 복제가 가능한 파일이고, 암호는 모두 노출된다는 게 보안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카드사 정보 유출 사건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폐지하고 금융보안 기술시장에서 경쟁체제를 강화해 금융회사들이 공인인증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금융보안 수단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해킹에 취약한 공인인증서를 강제하지 말고 다양한 인증 수단을 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보안 기술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은 공인인증서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각 정부기관이나 은행 등에서 원활하게 사용 중인 공인인증서를 없앨 경우 사회적으로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설인증서 활성화 등 공인인증기관을 확대·지정해 경쟁을 유도하고 기술 발전을 산업에 보다 빠르게 적용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현 공인인증 체계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최재천 민주당 의원과 이종걸 의원은 공인인증서 폐지 내용을 담은‘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에 따라 공인인증서 존폐가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