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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 / 폴 에크먼 지음,함규정 옮김 /청림출판

질문. 당신은 언제 다음과 같은 표정을 짓는가. 상상보다는 거울을 보며 순서대로 따라 해 보는 게 쉽다. ①눈썹이 곡선 모양을 이루고 높이 치켜 올라가 있다. ②이마에 수평 주름들이 생긴다. ③눈꺼풀이 크게 벌어진다. 눈동자 위·아래쪽에 흰자위가 보인다. ④턱은 벌어진 채 밑으로 떨어져 있으며 긴장되어 있지 않다.

맞다. 정답은 놀랐을 때. 물론 놀라움이란 강도면에서 다양하기 때문에 이중 1∼2가지 부위만 반응할 수도 있고, 모든 부위가 움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놀라움의 강도를 나타내는 주된 단서가 얼굴 아래쪽에 있다는 것. 놀라움의 정도가 달라져도 이마와 눈의 변화는 크지 않다. 다만, 좀 더 극단적으로 놀랐을 때는 턱이 더 떨어진다. 다시 말해 입이 벌어진 크기를 통해 우리는 “아, 그래요?”, “뭐라고?” , “정말 놀랍다!”라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폴 에크먼 박사는 이 같은 ‘표정 단서’를 분석해 ‘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을 만든 세계적인 비언어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특히 0.2초∼0.4초 만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미세표정(micro expressions)’으로 거짓과 진실을 구별해내는 방법을 체계화했다. 에크먼 박사 평생 연구의 원전(原典)이자 ‘얼굴 심리학’ 바이블인 이 책은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의 교재로도 쓰인다. 얼핏 소통에는 말, 즉 청각적 요소가 더 유용해 보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실을 전달할 때는 말이 좋고 감정을 표현할 때는 얼굴 표정, 즉 시각요소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감정에 있어서 말은 얼굴만큼 믿을 게 못된다. 만약 상대방이 당신에게 “나 화났어!”하고 말하고 얼굴 표정으로 화를 드러낸다면 이 말은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화가 역력한데도 말로는 화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면, 당신은 그의 감정이 아니라 말을 의심하게 된다.”(51쪽)

문제는 사람들이 표정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직업이나 특수한 상황도 있지만 가장 흔한 이유는 사회적 관습이나 개인적 경험에 의한 ‘디스플레이룰(display rule)’ 때문이다. 예컨대 ‘다 큰 남자는 슬퍼도 울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경우다. 저자는 표정 관리 기술을 표정 제한(qualifying), 표정 조절(modulating), 표정 조작(falsifying)으로 구분하고, 이를 ‘누출’이나 ‘속임수 단서’를 통해 알아차릴 수 있다고 밝힌다. “누군가가 실제 느끼는 화의 감정을 자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제대로 안 될 때, 당신은 화의 흔적(누출)을 볼 수 있다. 또는 그 사람이 무표정으로 화를 자제시켰더라도, 당신이 볼 때 그 사람의 얼굴 표정은 어색할 수 있다(속임수 단서).”(248쪽)

누출과 속임수 단서의 4가지 신호도 상세하다. 얼굴 형태학, 표정 타이밍, 표정 위치, 미세표정 등인데, 이 중 미세표정은 약간의 훈련을 통해 포착 가능하다. 이를 위해 책은 54개의 얼굴카드를 실어놓았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