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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 / 마리우스 B.잰슨 지음, 손일·이동민 옮김 / 푸른길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6∼1867)는 일본의 국민적 영웅이자 존경받는 지도자이다. 지난 몇 년간 료마는 일본에서 실시된 ‘1000년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 ‘총리로 가장 적합한 인물’ 같은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알려진 대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료마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으며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정부는 출범 당시 ‘료마 리더십’을 내걸기도 했다. 여러 정치인들은 앞다퉈 자신을 ‘21세기 료마’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우리의 경우 난국일 때는 이순신이, 안정기엔 세종대왕이 존경받는 리더십으로 호출되는 것과 유사하게 료마붐은 일본 사회가 어려울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다. 실제로 장기불황에 잦은 정권 교체로 어려웠던 2010년엔 NHK가 50부작 대하 드라마 ‘료마전’을 방영, 대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급무사 출신으로 33세에 암살당한 풍운아 료마가 이처럼 빈번히 호출되는 것은 유연한 사고, 뛰어난 협상력, 시대에 대한 통찰력과 판단력 등이 이유지만 일본인에게 가장 소구력이 큰 것은 ‘강력한 돌파력’으로 보인다. 막부(중앙)는 근대화 물결에 무기력하고, 번(지방) 세력들은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하던 막부시대 말기에 료마는 서로 대립하던 최대 지방세력 사쓰마번(薩摩藩)과 조슈번(長州蕃)을 중재해 동맹을 이끌어냄으로써 봉건시대를 종식하고 메이지(明治) 유신을 통한 근대 국가로의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인 사학자 마리우스 B 잰슨이 료마와 그의 친구이자 메이지 유신의 중요한 조력자인 나카오카 신타로(中岡愼太郞) 등 유신 주역들의 업적과 사상을 살피면서 메이지 유신의 의미와 원동력을 파고든 것이다. 프린스턴대에서 일본사 교수로 재직하며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정부의 문화공로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저자는 이 저작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낭만적이지 않은 료마’라고 꼽았다. 여러 소설가와 전기 작가들이 내놓은 료마전의 경우 대부분 낭만주의적 시각에 의해 어느 정도 사실을 호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에도 막부의 말기적 상황, 서구 열강들의 개항 요구, 권력다툼과 계급 간 갈등, 정치 사회 개혁 등 유신 전후 시대 상황을 보여주면서 메이지 유신의 발생과정과 결과를 폭넓게 풀어 나간다. 특히 저자는 메이지 유신이 일본에 가져다준 변화보다 유신의 전개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춰 메이지 유신사를 풀어낸다. 이 같은 객관적이면서도 상세한 기술로 인해 이 책은 인기 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가 쓴 ‘료마가 간다’에 결정적인 모티브를 제공했으며, 일본 사학계에서도 막부 말기와 메이지 유신 시기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