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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20대 초반의 건장한 청년과 한 중년부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청년은 과도한 비만 상태였으며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져 있고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엄마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청년을 마치 유치원 어린아이를 돌보듯이 옷을 매만져주고 얼굴을 쓰다듬어 가면서 돌봤다.

엄마와 아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하느님은 엄마에게 아들의 모든 것들을 주저없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고 약간 부족한 아들의 인생은 넘치는 엄마의 사랑으로 감당이 되는구나. 이 모자를 바라보면서 여느 어머니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음을 느꼈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가득 차, 내 아이를 이렇게 공부시켜 이런 학교에 보내고, 나중에 저런 직장에 다니게 하고, 내 자녀만큼은 저렇게 살게 하겠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아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해했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있는 작은 것들도 확대해 보는 경향이 있다. 자녀의 인생이 마치 자신의 인생인 양 이런 계획 저런 계획을 만들어 놓는다.

우리들의 부모 세대는 자신들이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했다. 더군다나 펼쳐져 있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도 모르고 사셨던 분들이다. 막연하게 자신들보다 나은 인생을 살아주기 원하는 마음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냈다.

자신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를 보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녀들에게 다른 세상을 경험시켜 줄 수 없었고, 다양한 직업과 삶의 방법들을 보여주고 제시해 줄 수 없었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를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부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우리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가 성인이 되면서 세상은 또 변했다. 이 변한 세상에서 우리는 마치 우리 부모들과 비슷한 심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아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고 이렇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내 인생이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헛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우리 부모들이 했던 것처럼 자녀 입시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부모들이 되었다.

우리 집에는 세 명의 자녀가 있다. 큰딸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이란성 쌍둥이 남매는 대학에 입학한다. 자녀 셋이 동시에 학교에 입학을 한다. 부모로서 부담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자녀 셋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묶어 두었던 마음의 탯줄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족은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세워주고 무엇인가 힘있게 이뤄갈 수 있도록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변함없는 공동체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공동체는 없다.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가족이라는 힘으로 서로를 묶어준다.

그런데 가족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좋은 경험들과 사랑에 대한 추억, 인간에 대한 신뢰도 경험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픈 상처도 가족 안에서 갖게 된다.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이해 깊은 사랑으로 자신을 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큰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 가족이다.

그래서 상처라는 아픔을 헤아리다보면 부족한 사랑을 만나게 된다. 조금만 더 헤아리고 조금만 더 다가섰으면 상처가 되지 않았을 일들이 상처가 돼 있다.

행복한 추억도 사랑이고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게 만든 상처도 사랑이다. 가족은 사랑으로 묶여진 참 특별한 공동체다.

Leeyuesu@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