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윤영배, 선우정아, 로큰롤라디오라는 가수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요? 크레용팝, 엑소, 김예림이라는 가수 이름은 친숙하신가요?

두 그룹군의 가장 확실한 차이는 전자는 TV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 뮤지션이라는 점이고, 후자는 방송에서 자주 만나는 가수라는 점입니다. 방송이 아닌 인터넷음악 차트로 잠깐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전자는 차트 순위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후자는 쉽게, 그리고 자주 눈에 띕니다. 방송과 음악 차트는 동일선상에 놓여있는 셈이죠.

음악을 주로 방송(또는 인터넷)으로 소비하는 리스너들에게 윤영배는 ‘듣보잡’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음악이 무엇인지 아는 방법은 우연히 들른 카페나 골수 음악 마니아의 조심스러운 추천 정도가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지금의 방송은 ‘아이돌 음악’ 소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을 소개하느라, 다른 음악가의 작품에는 눈길 한번 주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고는 늘 ‘공정성’을 얘기합니다. 1년에 발매되는 1000여 개 음반 중 고작 50여 개 아이돌 음반만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프로그램이 갖는 공정성은 음악이 아닌 팬심에 따른 분류일 뿐입니다.

방송의 공정성은 기회 균등이 우선입니다.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방송이 아닌 대중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 그것이 ‘공정’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입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4일 여러 부문 후보를 발표했습니다. 후보들을 보니, 각양각색입니다. 최다 후보 부문(5개)에 오른 장필순을 필두로 조용필, 이승열, 나윤선, 윤영배 등의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인디 음악 시상식’이라는 일부의 편견도 이 음악상은 철저히 깨부쉈습니다.

지난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 엑소, ‘빠빠빠’의 크레용팝, 걸그룹 에프엑스 같은 소위 ‘인기 스타’들도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방송이 갖는 공정성의 의미를 이 음악상에 투영하자면, 아이돌 그룹은 배제되는 게 ‘상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모든 편견을 거두고 오로지 ‘음반의 질’로만 평가해 좋은 음반을 가려냈습니다.

올해 11회를 맞은 한국대중음악상은 상황이 더욱 열악해졌습니다. 공식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일반 관객도 못 모시고, 작은 공간에서 초라한 잔치를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은 음악을 공정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누구나 알면서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한국대중음악상. 이 음악상에 더 많은 응원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