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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는 기대와 설렘 속에서 이뤄진다. ‘내가 저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과 함께 사랑은 시작되고 성장한다. 그리고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과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서로의 관계는 무관심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된다. 그토록 열정적이던 두 사람이 부부가 되고 나면 무관심이라는 감옥에 들어가고 마는 것일까?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뜨거운 사랑은 차이점을 매력으로 여길 정도로 마비시킨다. 무조건 사랑스럽고 그냥 좋아 보인다. 그런데 부부가 되어 한 공간에서 서로가 사랑으로 배려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은데 상대방에게 기대했던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왜 저렇게 행동할까’와 ‘참 알 수 없는 사람이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기대좌절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자잘한 기대좌절들이 상처가 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리벽을 형성한다. 신혼시절에는 낮게 형성된 유리벽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고 서로 극복할 수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중년이 되면서 부부가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각자의 마음 속에 쌓아올린 이중 유리벽은 자신들이 뛰어넘기에는 너무 높아졌다. 이제는 손을 내밀어도 잡아줄 수 없고, 소리를 질러도 배우자의 음성이 그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부부로 한 집에 살지만 자신이 쌓아올린 유리벽 속에 갇혀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나이 들어서 별수 없이 같이 사는 것이지 부부로서 속깊은 애정과 사랑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는 법적인 가족으로 사는 부부들이 많이 있다.

부모와 자녀관계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사춘기라는 갈등 과정을 반드시 거쳐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자녀도 미숙하고 부모도 미숙하기 때문에 서로 갈등하며 신음하는 시기를 보낸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자녀의 모습 속에서 부모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미숙함으로 표현하고, 자녀는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충동들 앞에서 더 충동적인 부모의 언어와 행동들이 고스란히 상처로 남게 된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서로 다가갈 수 없는 유리벽이 생겨났고 부모와 자녀는 웬만하면 유리벽을 건드리지도 않는다. 남자들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왠지 외톨이가 되는 것 같고 가족들이 자신하고만 대화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 힘들어한다. 자녀들과 자신 사이에 세워진 유리벽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나이가 들면서 젊은 직원들이 자신에게 선뜻 다가서지 않는 것을 불만스러워한다. 나는 편한 사람이고 나는 젊은 사람처럼 생각한다고 말해도 젊은 직원들은 더 가까이 오지 않는다. 젊은 직원들과 나 사이에는 직위와 권한의 유리벽이 존재하고 편안하게 다가섰다가 상처 받은 마음의 유리벽들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유리벽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롭고 힘든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유리벽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습관이나 언어표현, 생활방식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 나와 함께 하는 상대방이 나에게 지적해서 변화를 요구하기가 어렵다. 스스로 살펴보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쳤던 부분들을 스스로 문제 삼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자신이 생각했던 문제점들을 스스로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에 대하여 유리벽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잘못된 점들을 용기 있게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Leeyuesu@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