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제작발표회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이건명·한지상·박은태·이희정·리사·서지영·안유진 등 쟁쟁한 뮤지컬 배우들이 처음으로 선보인 넘버(삽입곡)들은 감미로우면서도 웅장하고, 강렬하면서도 유려했습니다. 한마디로, 강약이 매우 잘 조절된, 흡인력 있는 곡들이었습니다. 제작발표회에선 좀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취재기자들이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으니까요.

시연에서 선보인 6곡의 뮤지컬 넘버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작품의 내러티브(서사)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원작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영국 여성작가 메리 셸리가 불과 열아홉 살의 나이였던 1818년에 발표한 소설은 이후 여러 버전으로 변용, 재창작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시각에서 프랑켄슈타인을 해석하느냐는 겁니다. 단순히 ‘괴물 이야기’로 볼 것이냐 아니면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의 무모함이 빚은 참극으로 해석할 것이냐, 그도 아니면 정상적인 인간이 되고자 몸부림치는 프랑켄슈타인의 욕망에서 시시포스의 운명을 읽을 수도 있겠지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펼칠 내러티브가 어떤 결말을 보여줄 것인지는 아직 밝히고 있지 않지만(당연히 ‘극비’ 사항입니다), 넘버를 통해 만만찮은 극적 스토리가 전개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또 하나 주목받는 것은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의욕적으로 제작에 뛰어든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관 산하(충무아트홀은 중구청 산하) 극장이나 공연단체가 자체 제작에 나서는 경우는 왕왕 있지만 이번 충무아트홀의 경우처럼 민간기업과 펀드를 구성, 대작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수익 여부의 결과를 점치기 어려우니까요.

관 산하 단체에서 자체 제작 공연을 할 경우, (심하게 말하자면) 주어진 예산 안에서 ‘생색내기용’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주어진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는 피해야 하니까 조금만 더 투자를 하면 훨씬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경우에도 ‘안전 운전’을 하게 되지요. 수익을 내는 것도 크게 바라지 않습니다(결산하기가 까다롭겠지요). 그냥 주어진 예산 안에서 작품을 만들고, 언론 등의 호평을 받으면 그만입니다.

충무아트홀은 이 같은 관행을 과감히 뛰어넘어 40%의 가장 큰 지분율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4개의 민간기업에서 각각 10∼20% 지분씩 투자에 참여토록 했습니다. 흥행에 성공하면 물론 지분율대로 수익을 나눠 가지면 되지만, 만약 손익분기점에 달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돈을 더 물어야 할 입장인 겁니다.

관 산하 단체로선 모험을 하는 것이지요. 충무아트홀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국내에서 성공하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까지 갖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지요. 개막일은 3월 18일입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