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장타자 버바 왓슨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골프채 한 개만 사용해 9오버파 81타를 쳤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골프장을 찾았던 왓슨이 챙겨온 골프채는 달랑 로프트 20도짜리 하이브리드 클럽 하나와 골프공 3개뿐이었습니다.

티 샷은 물론 어프로치와 벙커 샷, 퍼트까지 모든 샷을 하나의 클럽으로 해결한 셈입니다. 그는 14개 클럽을 사용하는 게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서, 가끔은 샷 메이킹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클럽 하나로 라운드를 해왔다고 합니다. 왓슨의 말대로라면, 하나의 클럽으로 탄도와 거리를 달리하고 다양한 구질의 샷을 구사하는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실전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트러블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지요.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던 왓슨이 2012년 마스터스 연장 두 번째 홀의 승리를 안겨준 숲에서 웨지로 친 마법 같은 ‘드로 샷’은 이 같은 창의적인 연습 덕이 아닐까요.

몇 해 전 기자도 클럽 3개만 들고 18홀을 돈 적이 있습니다. 클럽은 각자가 선택합니다. 이런 경우 아마추어들은 클럽 선택이 모두 다릅니다. 대개 드라이버나 우드 한 개, 7번 아이언이나 웨지, 그리고 퍼터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이날 함께한 프로는 핸디캡 대신으로 클럽 하나만 선택했고, 피칭 웨지를 썼습니다. 그 프로는 180야드인 파3홀에서 피칭 웨지를 눕히더니 번호가 새겨진 솔(sole) 부분으로 낮은 탄도의 샷을 날리며 그린에 올렸습니다. 또 그린에서도 피칭 웨지로 페이스 면이 아닌 솔 부분으로 공을 굴려 정확히 버디를 잡아내 동반한 아마추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습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2001년 베이힐인비테이셔널 18번홀에서 티 샷이 오른쪽 러프를 지나 사람들이 다니는 맨 땅에 떨어졌습니다. 우즈는 5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쳐 핀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즈는 기자회견에서 “낮은 탄도의 페이드 샷을 180야드 보내 그린 앞에서 굴러가도록 쳤다”면서 “나는 클럽 하나로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샷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우즈에게나 가능한 말이지만, 주말골퍼들도 상황에 따라 한 클럽으로 다양한 샷이 필요하겠지요.

골프백 속에 14개의 골프 클럽을 넣고 다니지만 18홀 동안 한번도 쓰지 않는 ‘장식’ 같은 클럽이 몇 개 있을 겁니다. 가끔은 왓슨처럼 ‘원 클럽 챌린지’나 클럽 3개로만 즐기는 ‘스리 클럽 챌린지’를 통해 자신의 샷 능력을 테스트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입니다. 완벽한 스윙을 갖지 않고도 공을 컨트롤하는 능력 덕분에 정상에 오른 프로골퍼도 있듯이, 스코어를 낮추기 위해 좋은 스윙에만 집착하는 것은 근시안적 생각이 아닐까요.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