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문화일보가 배달된 뒤 외교부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면 톱 기사로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기사가 실린 것 때문이었다. 이 기사는 박 대통령이 인도·스위스 순방에 앞서 가진 인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 개혁은 상임이사국 자리를 증설하기보다는 비상임이사국을 증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데서 출발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왜 박 대통령이 특정 국가를 거론한 것처럼 기사화했느냐”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쓰면 우리가 일본과 어떻게 외교를 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나아가 외교부는 ‘청와대의 뜻’이라며 이날 오후 기사를 마감하는 조간신문들과 방송들에 “문화일보 기사를 받지 말아 달라”고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방송사와 다음 날인 16일 조간신문들은 거의 한결같이 문화일보와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문화일보 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정부 당국이 문화일보에 심한 불만을 드러내며 이루고자 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외교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란이 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지를 정녕 모르고 이러는 것일까. 일본은 최근 부쩍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를 돌아다니며 이들 국가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지원 약속을 받아내고 있다. 이런 행보는 과거사 도발 등 잇단 우경화 행보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반성은커녕 소위 ‘쩐(전·錢)의 전쟁’으로 위기국면을 돌파하고 궁극에는 국제사회의 지도국으로 행세해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갈등 당사국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외교부의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할 말을 대신 해주는 언론에 대해 정부가 ‘불만’을 표출하는 게 옳은 것일까.

뉴델리=오남석 정치부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