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식 분위기로 탈바꿈했지만 추억의 메뉴도 선보이고 있는 현재의 독다방 실내. 김동훈 기자

지난 1971년 음악다방으로 문을 연 서울 신촌의 ‘독수리다방’은 대학생들의 아지트이자 신촌의 명물이었다. 2005년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1월 재개점했다. 독수리다방을 운영했던 김정희 씨의 손자 손영득 씨가 ‘독다방’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열었다.

연세대 정문 앞 굴레방다리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천혜의 입지조건 때문에 신촌지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독다방’이라는 애칭과 함께 남녀 대학생들의 미팅 장소로 이용됐다. 연세대·서강대생과 이화여대생들의 10대10 단체 미팅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도 독수리다방이 등장한다.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성동일 분)가 다방에서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극중 인물 ‘삼천포’는 독수리다방의 위치를 몰라 두리번거린다.

문인들의 단골집이던 독수리다방은 자체 행사나 모임이 가능한 문화공간이었다. 휴대전화나 무선호출기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독수리다방은 고등학교 동창회 등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다방 벽면에 있는 메모판을 통해 급한 메시지를 남겼다. ‘○○고 10회 졸업생은 ○○로 와라’ ‘사회학과 ○○술집에서 모인다’ ‘나 기다리다 간다’ 등의 전할 말들을 편지로 써서 메모판에 꽂아 두었다. 일부 연세대생들은 사전 약속이 없었을 경우에도 편지를 보고, 무작정 그 술집을 찾기도 했다.

사연과 함께 카펜터스, 비지스, 양희은 등의 노래를 신청하면 들려줬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 팔분이 지나고 구분이 오네 일분만 지나면 나는 가요 / 정말 그대를 사랑해 내 속을 태우는구려.’ 이 같은 가사가 인상적인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신중현 작사·작곡) 같은 노래도 흘러나왔다. 음악다방으로 문을 열었던 독수리다방의 또다른 명물은 빵이었다. 커피 한 잔을 시키면 찜통에서 따끈하게 데운 ‘모닝빵’ 몇 개를 사과잼과 함께 줬다.

1998년 9월 낡은 2층 건물이 지하 1층 지상 8층의 건물로 바뀌는 등 한 차례 리모델링을 했지만, 다방이 2층으로 옮아가며 이곳을 찾는 발길도 점차 뜸해졌다. 결국 독수리다방은 2005년 서구 스타일의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에 밀려 문을 닫았다.

리모델링을 하기 전까지 독수리 다방은 건물 1층에 있었다. 2005년 폐업 당시에는 2층에 있었으나 지금은 8층으로 옮겼다. 지난해 1월 다시 문을 연 독다방의 실내공간은 과거 독수리다방의 이름을 따서 책을 읽는 ‘독방’, 일반 카페 분위기의 휴식공간인 ‘수방’, 모임공간인 ‘리방’으로 구분하는 등 특색있는 공간배치를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