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인천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지난해 2월 5일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중소제과점 업주들의 모임인 대한제과협회 간 오랜 진통 끝에 동반성장위원회는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인스토어(In Store)형 제과점은 향후 3년간 점포수 확장 자제 및 시장 진입 자제를 권고받았다. 어느덧 제과점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지 다음달로 만 1년이 된다. 문화일보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실제로 동네빵집 보호와 산업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8일 인천 계양구 효성동 ‘착한빵집’(사진)을 찾았다.

착한빵집은 외양부터가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 못지않았다. 빨간빛과 하얀빛이 조화된 ‘Cafe 착한빵집’이라는 간판은 인근 다른 점포들과 비교했을 때도 눈에 잘 띄었다. 이어 대형스피커를 통해 “어서 오십시오. 착한빵집에선 몸에 좋은 천연발효종으로 직접 빵을 구워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방송이 인근을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빵집 내부로 들어서자 큰 도마와 함께 반죽을 하고 있는 생산직원 4명이 보였다. 착한빵집은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하지만, 직원들은 아침 6시부터 출근해 밀가루와 다른 식재료를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반죽을 하는 작업부터 1, 2차 발효과정을 거쳐 빵을 구워내기까진 3시간 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10년 경력의 제빵기술자인 이정문(31) 생산부장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냉동생지를 외부에서 가지고 오는 데 비해 우리 빵집은 제과점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며 “현재 60여 종의 빵을 이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리잡기까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올해로 제빵경력만 36년을 맞는 조담용 대표는 2000년부터 서울 양천구 신정동과 관악구 낙성대에서 제과점을 하다 2008년과 2011년,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격적인 점포 출점에 밀려 매출이 크게 줄어든 탓에 2번이나 사업을 접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11년 10월에 현재의 위치에 매물로 나온 동네빵집을 인수해 자리를 잡았지만 해당 빵집도 이미 길 건너편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때문에 매출신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개점 이후 1년여간 고전한 끝에 새로운 희망을 열어준 곳이 바로 동반위와 중기 적합업종 제도였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점포 출점이 제한되면서, 조 대표는 제품개발과 투자에 전념을 할 수 있게 됐고, 현재 이 빵집에선 1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며 월 매출 5000만 원에, 하루 평균 방문객만 250여 명이 넘는 지역의 대표적인 동네빵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 대표는 “중기 적합업종 제도 덕분에 개인빵집도 제품개발을 열심히 하면 잘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며 “앞으로도 계속 양질의 빵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과점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조 대표 같은 제빵장인들의 제과점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제과협회의 자체 조사결과, 2012년 4378개였던 동네빵집 숫자는 제과점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중소 자영업자들의 창업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엔 4762개로 전국적으로 384개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동반위 관계자는 “제과점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이후 일용직을 전전하던 제빵장인들이 제과점업으로 복귀해 점포를 여는 등 점차 정책의 온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동반위는 중기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시장조사를 하고 골목상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지원대책을 마련해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반위는 올해부터 중기 적합업종 지정여부를 사전에 검토하고 지정작업을 벌이는 적합업종 운영부와 사후 모니터링 및 골목상권 지원을 담당하는 적합업종 지원부를 통합해 중기 적합업종 지원단으로 조직을 격상시켰다.

인천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