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식/연세대 교수, 한국경제학회 차기회장

지금대로라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 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자면 도약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내수부양과 창조경제 활성화 및 공공기관 개혁을 통해 경제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도약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현재의 3% 후반에서 5년 후 2%대로 하락하면서 장기적으로 일본과 같이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지 않아 일자리 부족으로 소득이 줄어들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선진국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줄어들고 있는 가계부채가 우리는 생계형 부채 증가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제혁신 계획의 수립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

먼저,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와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경제 여건이 크게 변했는데 제도와 관행이 과거와 같을 경우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 경제 여건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세계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들어가 있다. 자본 자유화로 자본 유출입이 빈번해졌고, 고령화사회에도 불구하고 노후를 위한 연금 체제는 구축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그동안 우리 경제를 성장시켰던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여건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제도와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와 패러다임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연관된 이익집단의 반발 때문이다. 따라서 계획을 세워 점진적으로 제도와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도약을 위한 새로운 경제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책 당국은 개혁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경제혁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소득이 줄어들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성장이 정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은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 기업 투자가 늘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를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과도한 정부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과도한 임금 인상과 노사 분규를 줄이는 것이다. 경쟁국보다 월등한 과학기술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국보다 높은 임금과 과격한 노사 분규는 기업 투자를 줄이는 주요 요인이 된다. 정부는 지나치게 높은 임금 인상과 노사 분규의 원인을 파악해 경제 도약 계획 기간 중 단계적으로 그 원인을 해소시켜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수 부양을 위해 거시경제 정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경제는 올해 내수 부진과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 그리고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미국의 환율 인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수를 부양하고 환율의 인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의 선택이 중요하다. 과거 1990년대 초 김영삼정부는 내수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저환율 정책을 선택했다가 비록 내수는 부양했지만 경상수지 악화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물가가 안정되고 내수가 침체된 지금 정책 당국이 어떠한 정책 선택을 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저금리와 적정 환율을 유지하는 정책을 선택해 내수도 부양하고 수출도 늘려 우리 경제를 안정적으로 도약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전미경제학회(AEA) 연차 학술발표대회에서 대다수 경제학자는 미국경제의 회복 국면이 진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카먼 레인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금융위기가 지속되는 기간을 분석한 후 신흥 시장국 경제의 회복 기간이 선진국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책 당국은 올해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응해 한국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고 도약할 수 있도록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적극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