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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기/논설위원

지난 한 해 내내 대개들 잘못 알아왔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한때 ‘국가원수모독죄’가 있었다고들.

하긴, 눈으로는 국가원수를 쳐다보고 입에는 걸레를 문 듯 질∼질∼ 흘리는 같잖은 말∼말∼말… 그런 막말을 떠올리면 그런 죄명이 있어도 백번은 있어야 할 듯싶다. 지난(해 마지막) 주말 민노총 총파업 때의 한 장면도 그랬다던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하며 “그냥 놔둘까요, 끌어내릴까요”라던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의 장단에 “끌어내립시다”라고 맞장구치던 그곳 연단, 그 위 아래에 그런 죄명 없다면 그게 되레 이상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아니다, 그런 죄명 없었다. 지금도 없다. ‘국가원수모독죄’는 그야말로 미증유(未曾有)의 죄명이다.

왜 그렇게들, 형법전에 실린 적 없는 그런 죄를 있었던 듯 헛짚어왔을까, 그것도 법정형이 여간 어마어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어가면서 말이다.

아마도 형법의 연혁 그 한 굽이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진 ‘국가모독죄’ 때문일 듯싶다. 현행 형법전도 흔적을 다 지우진 않고, ‘제104조의2 삭제＜1988.12.31＞’라며 더듬거리고 있다.

그렇다, 거기가 1975년 3월 25일 개정 형법이 신설한 국가모독죄 그 자리였다. 옛 법전을 다시 뒤져보면 왜 그 죄를 제2장 외환(外患)의 죄 그 마지막에 배열했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해외에 나가 대한민국에 대해 삿대질하는 그런 죄에 대한 그렇고 그런 벌이었다. 당시의 유신 정권이 그만큼 해외를, 해외의 시선을 곤혹스러워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1988년 말 폐지할 때 법제처가 든 이유도 “국가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의 자유를 억제할 우려 등”이었듯이, 국가모독죄는 부끄러운 등장과 민망한 퇴장 모두 형법의 역사 그 오욕(汚辱)의 연대기에 깊이 음각됐다.

지난달 6일과 9일, 장하나·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해 막말하면서부터 국가모독죄가 ‘국가원수모독죄’로 또 오독(誤讀)돼왔다. 새누리당 소속 155명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제출한 두 의원의 징계안은 아예 징계 종류로 ‘제명’을 특정했다. 그 제명이 관철되리라고 믿는 의원은 1명도 없다. 그런 사실은 그들 155명이 다 알고 있다. 그러면서 더러 “국가원수모독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도 했다니, 형법 역사에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가공의 죄명을 어떻게 ‘부활’시키고 말고 하자는 건지… 그것은 형법 모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