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진을 이어간 시네프랑스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뜻의 ‘본 아네(Bonne Annee)’를 테마로 마련한 1월 프로그램은 최신작과 신작으로 새해의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기는 영화들로 짜여졌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아트나인에서 열리는 시네프랑스는 7일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1·사진)로 새해를 연다. 거장 아시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작품으로 파리를 배경으로, 4년간 별거 후 이혼을 위해 다시 만난 남녀와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 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렸다. 14일 상영작은 원조 국민 첫사랑 소피 마르소의 ‘해피니스 네버컴즈 얼론’(2013). 첫사랑의 아이콘인 마르소는 영화에서 아버지가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실수투성이 엄마로 나와 코미디 배우 게드 알마레와 함께 일에선 프로지만 사랑엔 서투른 남녀의 연애담을 펼친다. 이어 계몽사상가 디드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베일을 쓴 소녀’와 리투아니아 출신 크리스티나 부오지테 감독의 ‘사라진 기억’이 준비된다.

신인감독 4인의 패기와 고민
9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 ‘빛나는 데뷔작’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9일부터 12일까지 올해 첫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빛나는 데뷔작’은 신인감독의 패기와 고민이 느껴지는 데뷔작들을 모았다. 지난해 ‘잉여세대’라는 단어를 우리 사회에 다시 환기한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 장현상 감독의 ‘네버다이 버터플라이’ 그리고 김이창 감독의 ‘수련’(사진)과 이유빈 감독의 ‘셔틀콕’ 등 네 편이다.

‘잉투기’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존재감을 증명하는 주변부 청춘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딛고 일어서려는 모습을 담았다. 엉겁결에 현피(웹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싸움으로 번진 것)의 피해자가 된 태식, 부유한 잉여 희준, 먹방으로 현실을 잊으려는 여고생 영자를 통해 우울한 현실을 미화하지도 위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네버다이 버터플라이’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두 20대로 청소년의 진짜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빵셔틀’에 시달리는 하늘이 옛 친구가 전학 오면서 매일 즐거운 일탈을 감행하게 된다. 김이창 감독의 ‘수련’은 고단한 현실에 지친 무술 사범이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을 찾아 떠난 여행을 통해 가난과 외로움을 극복해 가는 내용이다. ‘셔틀콕’은 유산 1억 원을 갖고 사라진 이복 누나를 찾아 남해로 떠나는 로드무비로, 소통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