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 전셋값의 끝모를 진격(상승)과 매매 시장의 지리멸렬 현상을 드러냈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전셋값은 전년 대비 평균 5%가량 상승했고, 매매가격은 0.63% 하락했지요. 수도권만 따지면 전셋값은 평균 6% 가량이나 올랐고, 매매가격은 1.5% 떨어졌습니다. 다만 세종시는 전셋값(16.44%)과 매매가격(4.99%) 모두 급등했지요.

주택시장 왜곡 현상이 이처럼 두드러진 것은 체감 경기 침체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동산 정상화 관련 각종 법안의 국회 계류는 ‘정책 시행의 불투명성’을 심화시키면서 주택 거래 실종을 부추겼지요. 주택시장을 둘러싼 이 같은 분위기는 내집마련 능력이 있는 무주택자들을 매매시장에서 멀어지게 했고, 여유 자금이 있는 유주택자의 투자를 막았지요. 한마디로 매매 대기 수요만 증가시키면서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 급등을 부른 셈입니다.

정부는 올해 이 같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부동산 대책 중에는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일정부분 지원해 줄테니 집을 사라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정책까지 나왔지요. 하지만 올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 기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각종 정책이 법안 개정과 맞물리면서 정부가 내놓은 야심찬 정책들이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지요.

내년 부동산 시장은 비관론자들의 ‘대세 하락 지속’ 전망도 많지만 지난 4년 간의 침체에 따른 반등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관론자들은 경기침체 지속과 인구 감소, 주택공급 초과, 줄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 등 집값이 상승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 오름세의 변수로 작용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국회에 계류중인 주요 후속 법안 처리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호의적 현상이 더 많아 보입니다. 우선 정부의 주택 공급 축소, 금리 1∼2%대의 공유형 모기지 확대가 시행됩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향후 4년 간 8만가구의 주택 공급이 축소됩니다. 반면 공유형 모기지는 당초 1만 가구에서 1만5000가구로 늘어났지요. 여기에 치솟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도 매매세력 확장 요인이고요.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서울 전체 아파트의 전세가율(60%)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등을 뺀 실질적인 전세가율(약 65%)이 상승한 것도 전세 수요가 매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부동산 시장이 올해와 달리 급변할 변수가 없다고 해도 주택시장 환경은 5년여의 침체에 따른 반발,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 등에 따라 예상 외의 현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