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전문대학 조리학과에 다니던 이모(23) 씨는 최근 대학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1년만 더 다니면 졸업장을 딸 수 있지만 최근 취업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전문대 졸업장이 있다고 해서 취업 과정이나 채용 이후에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4년제 대학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한 해 수백만 원을 주고 전문대학을 마치느니 차라리 현장에서 빨리 기술을 익혀 돈을 버는 것이 낫다”며 “어차피 전문대 졸업증이 있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때 다양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며 취업의 요람으로 대접받던 전문대학에서 최근 사회 전반적인 학력 인플레 현상과 열악한 교육환경 등의 영향으로 졸업을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학알리미 사이트의 전문대학 중도 탈락 학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대학(사립)의 재적 학생 대비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은 7.4%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문대학 재학생 13명 중 1명 꼴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것으로, 4년제 사립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인 5.1%에 비해서도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전문대학의 열악한 교육 여건과 취업 현장에서의 차별 등이 맞물리며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올해 초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전문대학의 학생 1명에게 투입되는 교육비는 542만7000원으로 4년제 대학 999만5000원의 54.3%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139개 전문대학(국공립 8교, 사립 131교)의 ‘2013년 기숙사 수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문대학(사립) 기숙사 수용률은 11.1%에 불과, 4년제 사립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 17.4%에 현저히 못미쳤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4월 대졸자들의 직업 이동경로를 조사한 자료에서도 전문대학 등 2∼3년제 대졸자의 초임 연봉은 1920만 원으로 4년제 대졸자의 2374만 원에 비해 19.1%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