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그룹 버스커버스커가 활동을 잠시 ‘멈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전에 원래 하고자 했던 일들을 지금 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장범준(기타·보컬)은 천안에서 했던 거리문화 활성화 사업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회사를 설립해 음악 활동과 병행한다고 합니다.

김형태(베이스)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미디어아트스튜디오인 ‘돼끼(PigRabbit)’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음악 및 방송 활동을 펼치며, 브래드(드럼)는 방송 활동과 함께 ‘2013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그룹 ‘브래드 프로젝트’에 매진한다고 전해왔습니다.

모두 밴드 활동을 잠시 접고, 각자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 외피적 이유의 속내를 좀 더 들여다보니, 리더 장범준이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고, 곧 아이도 태어난다고 합니다. 군대 문제도 겹쳐 있습니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준우승 이후 쏟아진 멤버들과의 불화설도 밴드 활동 중단 이유에 적지 않은 무게감이 실리는 듯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보태면 결국 버스커버스커는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해체’라는 말 대신 ‘중단’이란 표현을 쓴 것은 버스커버스커의 위상이 생각보다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룹 이름으로 발표한 두 장의 음반은 1년 내내 화제가 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도 대중의 호기심을 독차지한 이들의 위상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버스커버스커는 더이상 개인의 밴드가 아닙니다. 해체라는 말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해체를 해놓고도 그 표현을 쓰지 않는 밴드들이 적지 않습니다. 1999년 데뷔한 롤러코스터는 2006년 디지털 싱글 ‘유행가’를 끝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습니다. 데뷔 음반부터 놀랄 만한 음악을 선보여 주목받았던 아소토유니온은 1집 활동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두 팀 모두 ‘해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연착륙 소멸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해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니, 대중이 딱히 뭐라고 항변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버스커버스커는 사실상 장범준이 이끈 밴드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의 신선한 창작력이 밴드 색깔을 거의 좌지우지한 셈이었습니다. 장범준만이 밴드에 묻은 색깔을 개인 활동에서 재연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형태와 브래드가 준비된 뮤지션으로 출발하기 위해서라도, 밴드 이미지가 주는 후광효과에 기대지 않고 홀로서기 위해서라도 ‘해체’를 공식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태지와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