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대표하는 연극인은 어떤 인물일까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30대 미혼 남자 배우’가 가장 대표적인 연극인으로 꼽혔습니다. 좀더 세부적으로는, ‘7.8년의 연극 경력 중 대학로에서만 6.3년을 활동’했으며, ‘한 해 동안 3.6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으로 나타났군요. 이 같은 결과는 서울문화재단이 최근 발표한 ‘2013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에 따른 것입니다. 물론 ‘대표 연극인’이란 조사한 연극인들의 평균치를 산출해 뽑아낸 것이지요.

한데, 이 ‘대학로 대표 연극인’의 한 달 수입은 114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연극관련 활동에서 버는 돈은 고작 77만 원이라는군요. 나머지는 연극과 무관한 부업에서 얻는 수입인 것이지요. 114만 원이라…. 참고로, 보건복지부가 산정한 4인 가족 기준 2014년 최저생계비는 163만820원입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인 것이지요. 물론 1인 가구의 경우엔 최저생계비가 60만3403원으로 책정됐습니다. ‘30대 미혼 남자 배우’니까 간신히 최저생계비는 버는 셈이군요. 하지만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이룰 생각은 엄두도 내지 말아야겠군요.

연극인들의 형편이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자기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논리라면 이 세상 어떤 직업이든 ‘스스로 좋아서 한다면’ 보수 따위엔 연연하지 말아야겠지요. 당장 국회의원부터 무보수로 일해야겠군요. 분명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일 테니까요.

연극인뿐만 아니라 시인·작가 등 문학인들도 열악한 경제환경에 처해 있긴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연극이나 문학이 인문학의 기반이 되는 분야라는 거지요. 왜, 흔히들 기초과학에 투자를 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자연)과학에 있어서 기초 분야란 수학이나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이겠지요. 인문학 소위 ‘문과’에서도 기초 분야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될 수 없습니다. 연극과 문학은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때부터 비롯된 기초 분야 중 기초라고 할 수 있지요. 당연히 연극인의 처우 개선은 기초 분야를 다진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학로 대표 관람객’입니다. ‘20대 여자로,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에 와 친구나 선후배 2.6명과 6개월에 한 번씩 공연을 보는 이’로 추정됐군요. 또 ‘입소문으로 공연관련 정보를 듣고, 온라인 예매처에서 1만5710원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공연 전후 식사나 음료·음주엔 평균 2만111원을 쓴다는 군요.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학로의 연극 및 뮤지컬 시장이 2010년 대비 약 144억 원 증가한 483억 원 규모로 커졌다는 점입니다. 시장 규모는 42.6% 증가했으며, 공연장 수도 19.6%, 작품 수는 28.6%, 관객 수 46.5%, 객석점유율은 9.2% 증가 등으로 산정됐습니다. 이 같은 수치상의 증가가 단순히 ‘덩치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