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의 발언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던 정국이 가까스로 국회 파행을 막았지만 여야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배후조종설까지 제기했고, 민주당은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에 대한 징계안 제출이 입법부의 위상을 스스로 무너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국가정보원 개혁, 예산안 처리 등이 시급한 상황에서 극단적 대립을 피하는 모습이지만, 언제라도 극단적 갈등이 재연될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는 형국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날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과 관련 “김 대표가 ‘추후 당의 이해와 배치되는 언행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차후의 어떤 단호한 조치를 강조하기보다는 현재 일어난 사태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응분의 책임이 정도라는 점을 아쉬움과 함께 지적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차제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다시는 대선불복의 정쟁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아예 문재인 의원을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다. 최 원내대표는 “배후 조종자로 지목되고 있는 문재인 의원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에 대한 징계안 제출과 관련해서도 “두 의원은 개인 인격과 국회의원 품위는 물론 대한민국 국회까지 추락시킨 것을 직시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징계안 제출에 대해 “정쟁의 불씨를 살려가려는 집권세력의 불순한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새누리당이 동료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아 현실성 없는 제명과 징계를 주장하는 모습은 스스로 입법부 위상을 추락시키는 굴종적 선택이며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을 증명하려는 새누리당의 초라한 위상을 증명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가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철저히 처리하고, 국회는 국회대로 정상화를 해 나가서 마지막 남은 법안이 원만히 처리되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인내심을 발휘해서 4자 회담을 잘 성사해 꼬인 정국을 하나하나 풀려는 시점이다”며 “저를 비롯해서 어떤 의원들도 협조해서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강조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