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점은 아주 많습니다. 거리를 잴 때 아마추어는 ‘5야드(약 4.5m)단위’로 재고, 프로는 ‘1야드(약 90㎝)’ 단위로 측정합니다. 또 프로들의 골프용품 선택은 몹시 까다롭습니다. 그렇다면 ‘골프채’와 ‘골프공’중 어떤 것이 경기력에 더 영향을 줄까요? 주말골퍼라면 ‘골프채’라고 답하겠지만 프로들은 열이면 열 모두 ‘골프공’이라고 답합니다.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수치로 따지자면 프로는 골프채 20%, 공은 80%가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2 대 8 이론’이란 말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주말골퍼들은 어떨까요? 골프채 80%, 공은 2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반대의 ‘2 대 8’비율입니다. 프로들은 그린 적중률이 70∼80% 정도 됩니다. 주말골퍼들은 18개홀 중 서너 차례만 파온을 시켜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들은 가급적 핀에 붙이려 하기 때문에 공을 선택할 때 ‘스핀 성능’을 중시합니다. 프로들은 아마추어들이 깨닫기 어려운 ‘촉(觸)’이 있습니다. 프로들은 골프채보다 골프공 적응이 더 어렵다고들 합니다. 올해 초 타이틀리스트에서 나이키로 계약사를 바꾼 로리 매킬로이가 부진했던 이유도 골프채보다는 골프공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노승열 역시 타이틀리스트를 쓰다 나이키로 바꾸며 성적을 내지 못하다 가까스로 1부 투어에 합류했습니다.

노승열은 “골프채는 똑같은 스펙을 맞출 수 있어 한 달이면 적응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공만큼은 1년이 가도 완벽히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아이언 샷을 할 때 공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공마다 스핀 양과 비거리가 달라 1야드 단위의 거리를 맞추기가 어렵고, 특히 바람이 불 때나 날씨 등 변수가 작용하면 ‘온 그린’ 미스로 이어져 스코어를 나쁘게 만든다고 합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1999년 이후 14년째 ‘나이키 원’ 골프 공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시중에서는 이미 판매를 중단했지만 우즈만을 위해 지금까지 특별 제작해주고 있습니다. 우즈는 자신이 ‘넘버 원’이란 자긍심과 의미로 공 번호도 늘 1번만 씁니다. 최경주는 용품사를 바꿔도 공만큼은 좀체 바꾸지 않습니다. 공은 같은 제조사가 만들었어도 브랜드에 따라 공 표면의 ‘딤플 수’가 다릅니다.

딤플과 골프공 제조 기술에 따라 비거리는 물론, 스핀 양이나 탄도가 각각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프로에게 손에 익은 퍼터가 ‘조강지처’라면, 골프공이야말로 쉽게 잊을 수 없는 ‘첫사랑’과도 비유됩니다. 요즘 주말골퍼나 18홀 마치기 전 공을 모두 산과 해저드로 보내는 100돌이 골퍼들도 ‘프로용’을 많이 씁니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겨울로 접어든 요즘에는 더욱 의미 없는 선택이 아닐까요?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