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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 홍칭 지음, 구천서 편역 / 푸른역사

“리커창의 18대 보고와 시정 강령에서 우리는 개혁에 대한 그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과거 중앙 정부에 비해, 그가 추진하는 개혁의 강도와 깊이는 보기 드물게 강하고 깊다. 리커창의 연설을 두 글자로 압축한다면 그것은 바로 ‘개혁’이며 네 글자로 압축한다면 ‘개혁, 개혁’이며 여섯 글자로 압축하면 ‘개혁, 개혁, 개혁’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과거 정치 역정과 최근의 행보를 촘촘히 살핀 책은 중국의 미래와 중국 경제 개혁의 향방을 가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초고속 성장으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오른 중국의 경제수장으로 ‘중국의 입’이라 불리는 리커창 총리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정책 방향에 따라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책이 전하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은 먼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리 총리의 과거 정치적 행보를 살핀다.

책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지기반이 태자당(혁명 원로나 고위 공직자 자제)과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관료 출신 그룹)이라면 리 총리의 굳건한 버팀목은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이다.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인 2007년 9월까지도 세계 언론은 리커창이 후진타오(胡錦濤)의 후계자로 낙점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 리커창이 총서기 서열 다툼에서 시진핑에게 밀린 것은 지방 업무 당시 발생한 대형 사고 탓일 수 있다고 책은 전한다.

리커창은 같은 안후이(安徽)성 출신인 후진타오 전 주석에 의해 철저하게 ‘준비된 지도자’로 키워졌다. 베이징(北京)대 법학과에 입학해 공청단 간부의 길을 걸은 그는 후진타오의 추천으로 1993년 5월 공청단 중앙 제1서기로 승진한다. 5년 뒤인 1998년 허난(河南)성으로 내려가 성장과 당서기를 지냈고, 2004년 12월부터는 ‘동북진흥’의 핵심 지역인 랴오닝(遙寧)성의 당무를 주관했다. 이후 중앙 정계에 진출한 그는 ‘작은 정부’를 핵심으로 한 ‘대부제 개혁’과 2009년 인민의 관심을 끈 ‘의약위생체제 개혁’ 등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관료들의 극심한 저항 등에 부딪혀 실패한다. 두 개혁의 실패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렸지만 적극적으로 난관을 돌파해 나갔다. 총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정치 행보의 핵심은 ‘개혁’이다.

그는 “개혁이 중국의 최대 보너스다. 오로지 개혁만이 중국의 성장엔진이다. 개혁하지 않는 자는 편하게 살지는 몰라도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총리 시절, 국가 곡물 창고 문제와 관련해 국가 보조금 편취를 노리는 관료들의 불법 행위가 성행하자, 무려 10만 명에 달하는 조사원을 동원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던 것은 그의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그가 주창하는 개혁 방향은 뭘까.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을 강화하고 역할을 잘 발휘하는 영역은 과감하게 시장과 사회에 넘겨주어야 한다.”

리 총리의 오랜 지기이자 베이징대 동문인 구천서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이 편역을 맡았다. 구 이사장은 리커창이 공청단의 제1서기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1994년부터 그와 교류해 왔다.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중국에 관해 일가견이 있는 구 이사장은 2010년 뉴욕에서 출간된 원서를 토대로 달라진 현재 상황을 반영해 전면 편역했다. 구 이사장은 “중국 정치체제의 특성상 중국을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 정·관계 지도자를 이해해야 한다”며 “리커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중국의 거시적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중국 경제와 관련해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는 대안 모색도 힘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