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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혁명 / 제임스 샐즈먼 지음, 김정로 최호영 옮김 /시공사

공중전화 부스와 식수대. 공공장소에서 더이상 보기 힘들어진 이 두 가지 시설은 이제 휴대전화와 생수병이 대체하고 있다. 그 중 더 ‘생돈’을 쓰는 듯 느껴지는 건 생수인데, 사실 물 판매는 오래전에 시작됐다. ‘식탁용 물의 여왕’이라 불리는 프랑스 생수 브랜드 ‘페리에(Perrier)’. 이 녹색 병이 탄생하기 1500년 전에도 제법 폼나게 포장된 물 브랜드가 있었다.

중세 유럽 각지에서 순례 코스가 인기를 끌 때 사람들은 ‘성스러운 물’을 찾았는데, 순례길 위에서 성직자들이 치유력으로 소문난 샘물을 판매한 것. 그들은 급증하는 순례자들에게 진짜 성수(聖水)를 입증하기 위해 저마다 휴대용 물병을 만들었고, 여기에 다른 샘물과 구별되는 특수 문장(紋章)을 새겨넣기도 했다.

책은 이 같은 생수판매의 역사부터 식수안전문제와 공급서비스 민영화까지 물에 관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다. 저자 제임스 샐즈먼 교수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연구결과와 정책 사례를 제시한다.

과연 식수는 누구의 것이며 얼마나 안전하며 또 어떻게 관리·분배되어야 하는지 고찰한다. 일반적인 물 소비자부터 감각적인 생수병 구입을 즐기는 문화 소비자, 식수 관련 정책자나 연구자까지 누가 보아도 유용하다. 특히, 저자는 물의 안전성과 민영화 논쟁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을 펼친다. 편리함과 맛, 건강 그리고 스타일로 무장한 ‘생수 마케팅’을 파헤치고 “미국 전역에서 1초에 1500병이 팔리는 생수가 정말 안전한지는 의문이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수돗물에 비하면 생수는 규제가 더욱 느슨하고, 감시도 더 적게 이루어진다. 또한 상표에 표시된 내용은 대개 무의미하고, 기재 사항도 적다. 일부 대규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많이 오염되어 있고, 때로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많다. 생수가 수돗물보다 더 안전하다고 가정하면 마음이 편해질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271쪽)

권리 대 시장 혹은 공유 대 사유 문제로 확대되는 물 공급 민영화 이슈도 분석한다. ‘식수의 본질’을 논하기 위해서다. 지은이는 “선진국에서는 쉽게 수도꼭지를 틀고 생수의 뚜껑을 따지만 여전히 물의 양과 질이 큰 문제인 나라가 많다”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식수공급 서비스를 민영화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면서 “급수시설의 민영화가 어린이 사망률을 5∼10% 감소시킨다”는 통계분석을 근거로 내세운다. 무엇보다 물 공급 민영화를 단순히 시장논리가 아닌, 인간 기본권을 우위에 두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불 능력이 없는 국민도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책은 15개국이 헌법에 기본적 물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을 (한계는 있지만) 하나의 장치로 제시한다.

“단순히 물에 대한 권리를 선언한다고 해서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기본적 책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305쪽)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