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의 연평도 포격 관련 발언 등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일들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대통령이 직접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추가적인 대응 없이 검찰 수사 등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세력의 국가정체성 훼손과 이로 인한 국론 분열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확인된 만큼, 문제 발언과 행동이 계속될 경우 청와대가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26일 박 원로신부 등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전날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각 수석들에게 “국민을 위해서 잘못된 그 어떤 것들에도 결코 굴복하거나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일해 달라”고 지시한 만큼 뭔가 후속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됐던 터였다.

청와대가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이유는 검찰이 보수단체들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박 원로신부에 대해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원로신부의 발언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시작되려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목소리를 계속 낼 경우 자칫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가정보원 직원 등의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종교계의 반발이 천주교를 넘어 불교 및 원불교 등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계속해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한 달 남짓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정치적 싸움에 휘말렸다간 주요 국정과제와 정책 관련 법안, 새해 정부 예산안 등 민생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사제단이 종북의 길을 맹종하는 신앙 정체가 무엇인지 국민은 종교 제단(祭壇) 뒤에 숨어서 얘기하지 말고 떳떳이 실체를 드러내고 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또 “민주당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분명한 입장을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검찰은 박 원로신부 피고발 사건과 관련해 유사 사례를 찾는 등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은 박 원로신부의 발언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고 한·미군사합동훈련을 비난하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공안부 연구관 출신인 함귀용 변호사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한 행위처럼 발언했다면 국가보안법상 이적 동조 행위로 볼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발언을 해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남석·김대종 기자 greentea@munhwa.com